“후보교체 가능성 희박하나 교체시 ‘해리스’ 중론
…11월 대선, 중도층보다 지지층 투표 참여율 관건”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후보직 사퇴 여부가 미국 정가의 최대 이슈로 부상한 가운데,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 대의원 자격으로 참석 예정인 한국계 30대 민주당원은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완주 여부가 이르면 내주 가닥이 잡힐 것으로 전망했다.
뉴저지주를 대표하는 민주당 대의원인 장성관(34·컨설턴트·사진) 씨는 8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오하이오주 주법상의 후보 인증 마감일이 전당대회(8월19∼22일) 이전인 8월 7일로 정해져 있는 만큼 7월말∼8월초에는 후보 공식 지명이 이뤄져야할 상황임을 지적하면서 “민주당 입장에서 후보 교체를 결정한다면 공화당 전당대회(7월15∼18일) 기간에 발표할 수 있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장 씨는 바이든 대통령의 출마 고수 의지와, 후보를 확정해야 하는 시점까지 물리적으로 남은 시간 등을 감안할 때 ‘후보 교체’의 실현 가능성은 희박하다면서도 만약 교체가 실현되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거의 유일한 대안으로 보는 것이 민주당내 주류 견해라고 소개했다.
중학생 때 미국으로 이민온 장 씨는 20대 초반인 2012년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의 재선 도전 때 민주당 유권자로 등록하며 개인적으로 민주당과 인연을 맺었고, 2017년 민주당 청년 대의원을 거쳐 올해 정식 대의원으로 선출됐다.
그는 미주 한인유권자연대 사무차장으로서 한인 유권자들의 정치 참여를 독려하는 운동에 관여했고, 소수자 및 약자 권익 신장을 위한 입법 전략 등을 자문해왔다.
다음은 장 씨와의 일문일답.
민주당 행사장의 사인. 로이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대선 후보 TV토론에서 건강과 인지력 논쟁을 증폭시킨 뒤 민주당 대의원과 당원들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어떤가
▲토론회를 보고 많은 지지자가 실망하고 놀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할 만큼은 아니다. TV토론에서 1시간반 동안 염려스러운 모습을 보였으나 애틀랜타에서의 토론 후 현지 식당을 찾고 곧바로 노스캐롤라이나주로 이동해 다음날 유세를 소화했다.
대통령의 말실수 관련 우려는 2020년 대선 때도 있었다.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후보의 일거수일투족이 큰 이슈가 되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다. 선거는 기대치에 얼마나 부응하느냐의 싸움인데 바이든에 대한 기대치가 굉장히 높았던 것도 실망감을 더 키운 요인이었다고 생각한다.
바이든 대통령이 완주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지만 혹여라도 자진사퇴한다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대통령 후보로 나서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는 민주당 대의원들과 연방의원들 다수의 공감대다.
-왜 바이든 대통령 사퇴시 대안으로 해리스 부통령으로 수렴되는 분위기인가
▲부통령으로서 헌법에 명시된 대통령직 승계 절차(대통령 유고시 대통령직 승계 1순위가 부통령이라는 의미)에 따른 것도 있고, 바이든의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로 당선돼 재선 캠페인을 함께 치르고 있다는 이유도 있다.
민주당 당원들은 ‘바이든 행정부’라는 표현보다는 ‘바이든-해리스 행정부’라는 말을 많이 쓰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이라면 국정에 대한 비전을 유지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다. 나는 이번 선거가 ‘이슈(바이든) 대 이미지(트럼프)’의 대결이라고 본다.
바이든 대통령의 친환경 산업을 포함한 국내 제조업 살리기, 제조업 관련 인력 교육 인프라 구축, 탄소중립 정책, 인프라 재정비, 총기 규제, 의약품 가격 억제 등 이슈는 민주당 지지자뿐 아니라 많은 미국인의 공감을 얻고 있다고 본다. 해리스가 그 이슈를 이어받으면 소구력(호소력)이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포기 가능성은 어느 정도로 보는지
▲개인적으로 사퇴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경합주 여론조사는 사실 TV토론 이후 큰 변동이 없다. 민주당 지지자 중 바이든의 고령을 걱정하는 사람이 늘긴 했으나 지지율에 큰 영향을 주진 않는다고 본다. 바이든 대통령이 의원들에게 서한을 보냈던데, 사퇴할 마음이 전혀 없으니 그만하고 힘을 합치자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현재 선출된 민주당 대의원은 99%가 경선 때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했다. 후보가 자진 사퇴할 경우 대의원이 후보 최종 확정 표결 때 재량껏 지지 후보를 바꿀 수 있지만 사퇴하지 않으면 바꿀 수 없다. 현실적인 제약도 있다.
오하이오주 주법에 따르면 8월7일까지 오하이오주에 대선 후보 등록을 마쳐야 하기에 줌(ZOOM) 회의로 미리 후보 지명절차를 밟고 전당대회에서 형식적으로 추인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후보 지명까지 남은 시간이 적다. 혹여라도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 사퇴를 하게 된다면 이번주 또는 다음주 정리가 되어야 한다.
혹여라도 민주당이 후보를 바꾸게 된다면 이번 주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가 열리기 때문에 안 되고, 다음 주 공화당 전당대회 기간에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도전 포기를) 발표할 것 같다.
-바이든 대통령에게 여전히 본선에서의 승산이 있다고 보는가
▲ 그렇다고 보지만 쉽지는 않다. 개인적으로 바이든 대통령이 3% 포인트 이내의 득표율 차이로 당선되지 않을까 한다. 개인적으로 경합주 중 조지아주와 노스캐롤라이나주의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이번 선거는 누가 무당파의 표를 많이 가져가느냐의 싸움이 아니라 본인 지지층의 참여를 누가 더 많이 끌어내느냐의 승부라고 본다.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이슈와 정책 면에서는 우위에 있으니 이미지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본다.
-가자지구 전쟁과 관련한 바이든 대통령의 친이스라엘 일변도 정책에 반발한 청년 유권자들이 민주당에 등을 돌리고 있는데
▲ 40세 미만 유권자층의 바이든 지지율은 2020년에 비해 좀 떨어진 것은 사실이나 그것이 가자전쟁 때문이라고 콕 집어 말하긴 어렵다. 그 연령층에겐 투표에 참여할 것인가 말 것인가가 ‘바이든이냐 트럼프냐’보다 더 관건이다.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바이든의 대(對)이스라엘 정책에 대한 반발 표심이 드러나긴 했다. 그러나 각 당 경선 자체가 열성적 지지자를 중심으로 투표가 진행되기에 일반 유권자의 인식을 그대로 반영한다고 보긴 어렵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