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한 대형 보험사가 캘리포니아주 주택보험료(Home Owner Insurance)를 52%까지 인상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3월 캘리포니아 주내 7만2000여개의 보험 어카운트를 갱신하지 않고, 신규 가입도 받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회사는 “높아진 물가와 잇단 자연재해 때문에 보상 비용이 폭등함에 따라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주택보험료 인상은 전국적 현상이다. 보험조사위원회(Insurance Research Council)의 2023년 11월 보고서에 따르면, 플로리다 주택 소유주들은 전체 소득의 4%를 보험료로 지출해 가장 비싼 보험료를 기록했다.
연소득 10만달러를 버는 플로리다 주택 소유주는 홈오너 인슈어런스로 4000달러를 지출하는 셈이다. 조지아 소유주는 2.3%, 캘리포니아 소유주는 1.8%를 기록했다.
주택보험료는 왜 이렇게 미친듯이 오르는 것일까. 이에 대해 보험조사위원회의 연구원 비키 킬고어(Vicky Kilgore)는 “기후 변화(Climate Change)에 따른 잇단 자연재해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최근 미국에서는 홍수, 토네이도, 산불, 가뭄 등 자연재해가 계속되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달 남부 플로리다에는 열대성 저기압으로 시간당 2피트가 넘는 ‘물폭탄’이 쏟아지며 도로, 주택 침수, 교통편 두절이 발생했고, 론 드샌티스 주지사는 ‘비상사태’를 발령했다.
캘리포니아주도 예외는 아니어서, 최근 몇년간 대규모 산불과 폭염, 가뭄이 꾸준히 발생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크고작은 지진이 발생해왔다.
문제는 자연재해가 캘리포니아나 플로리다처럼 해안선을 낀 동서부 뿐만 아니라 내륙지방까지 발생한다는 점이다. 비영리단체 선라이즈 프로젝트(Sunrise Project)의 수석 기후재정전략가 조단 해들러(Jordan Haedtler)는 “아이오와, 미네소타주에서 토네이도와 우박, 폭풍이 발생하고 있다. 이는 플로리다의 허리케인, 캘리포니아의 산불만큼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주택보험료 인상 문제는 미국 경제 전체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RB) 의장 제롬 파월(Jerome Powell)은 올해 초 “보험료 상승이 주택 비용 상승을 초래하며, 이는 인플레이션이 연방정부 목표치를 초과해서 상승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라고 지적한 바 있다.
최근 상원 예산위원회 청문회에서 한 증인은 “플로리다의 주택보험 시장은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을 연상시킨다”며 “플로리다 소규모 보험사들의 재정건전성이 과장돼 있으며, 그 결과 주택소유주들이 모기지 위기에 처할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험료가 인상되면, 보험 가입자 뿐만 아니라 무보험자 문제도 심각해진다. 미국 소비자 연맹(Consumer Federation of America)은 미국 내 약 610만 명의 주택 소유자들 가운데, 총 1조 6천억 달러 상당의 자산이 무보험 상태다.
기후 재난이 심화되고 더 많은 보험사가 철수하면서 ‘무보험 자산’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고 해들러 전략가는 지적한다.
환경보호재단(Environmental Defense Fund)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보험업계가 나서야 한다고 제안한다. 주택건설 시 폭풍 및 화재안전기준 강화, 저소득층 주택보험 대폭 할인, 보험 청구 지급절차 간소화, 대형 보험사가 아닌 커뮤니티 기반 보험 도입 등이 그것이다.
근본적 대책은 기후변화(Climate Change)에 대한 정치권의 태도 변화다. 아직도 일부 정치인은 “기후변화는 존재하지 않으며 좌파의 음모”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다가오는 자연재해와 보험료 인상은 기후변화가 우리의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유권자들은 정치인들에게 “기후변화에 대한 당신의 입장은 뭐냐”라고 요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