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한 미술관에서 여자 화장실에 파블로 피카소 그림들을 걸어 화제가 됐지만, 알고 보니 위작인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11일 디오스트레일리안 등에 따르면 호주 태즈메이니아주 호바트 모나(MONA) 미술관의 큐레이터이자 미술관 소유주 아내인 커샤 케이첼은 전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여성 전용 전시관에 전시했다가 최근 화장실에 걸어 놓은 피카소 작품 3점이 사실은 자신이 직접 피카소 화풍으로 그린 그림이라고 고백했다.
그는 여성 전용 전시관을 열면서 전시관에 어울릴 녹색이 들어간 피카소 작품을 원했지만 구할 수 없었다며 자신이 직접 그림을 그리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과거 그는 언론 인터뷰 등에서 전시된 피카소 작품들이 피카소 애호가였던 증조할머니가 선물한 것이라고 말했었다.
케이첼은 3년여 전 이 작품을 공개했을 때 “누군가 ‘가짜 피카소 작품’이라고 폭로해 논란이 될 것을 상상했다”며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당시 여성 전용 전시관에 전시됐던 다른 작품들도 모두 진품이 아니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제 이 광기를 함께 즐길 수 있게 돼 안심”이라며 자신을 용서해 달라고 덧붙였다.
케이첼은 이번 논란 자체가 하나의 예술이며 일종의 재미라고 포장했지만, 관람객을 상대로 사기를 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관람객에게 피카소 작품들을 관람할 수 있다고 광고하며 입장권을 팔았기 때문이다.
이번에 위작임을 고백하게 된 것도 자발적 결정이 아니라 위작을 의심한 언론과 프랑스 피카소 관리국의 계속된 문의로 인해 이뤄졌다.
케이첼은 위작임을 인정하면서 프랑스어로 피카소 관리국에 “문제를 일으켜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모나 미술관은 녹색 벨벳으로 장식된 화려한 여성 전용 공간에서 남성 집사가 대접하는 와인과 음식을 즐기며 피카소 그림 등 유명 작품을 즐길 수 있다는 설정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여성만 출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차별금지법 위반이라며 한 남성 관람객으로부터 제소당했고, 케이첼은 법원에 출석할 때마다 화려한 의상과 독특한 행동으로 언론의 관심을 끌었다.
지난 4월 법원으로부터 여성 전용 전시관이 차별금지법 위반이라는 판결을 받자 최근 전시관에 있던 피카소 그림을 여자 화장실에 내걸면서 또 화제가 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