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첫 금요일 저녁부터 으슬으슬 몸이 이상했다. 밤에 헛기침이 나고 속에서 울렁거렸다. 토요일 아침에 몸 컨디션이 안 좋고, 피곤했다. “우리 주위에서 코로나의 변종 오미크론에 걸린 사람들이 많잖아? 자기도 테스트해봐!” 내 꼴을 보고 아내가 권했다. “자기는 어때, 괜찮아?” “난 괜찮아.”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집에 마련해 두었던 코로나19 테스트 키트를 찾았다. 어느 구석에 있는지 못 찾아서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주문하면 공짜로 보내준단다. 주문을 할까 하는데 아내가 키트를 찾아서 내게 던져주었다. 지침서에 알려준 대로 면봉을 콧구멍 속에 넣고 휘저은 뒤 작은 통속에 든 액체속이 넣었다. 그 액체를 3방울 테스트 판에 떨어뜨리고 기다렸다. 15분이 가기 전에 두개의 선에 검붉은 색깔이 나타났다. 확실하게 내가 감염되었다는 증거다.
내 서재가 감옥이 되고 카우치가 침대가 되었다. 안방 침실엔 아내가 독수공방. 식사를 할 때도 따로 하고, 말을 할 때는 최소한 2미터 거리를 두고 소통한다. 체육관에 가서 뜨거운 물속에 앉아 물 마사지를 받으면 좋겠는데, 감염자인 내가 가면 바이러스가 다른 사람에게 퍼질 수 있다. 일주일 내내 사람들과 매일 만나 운동하고 활동하는 일정을 다 내려 놓고 병이 나을 때까지 밤낮 독방에 혼자 있어야 한다.
코로나에 감염된 뒤 거의 아침마다 더워지기 전에 분텐파크에 혼자가서 야구장을 맨발로 5바퀴씩 걸었다. 대략 2000 걸음이다. 발가락이 탱글탱글 되 살아나는 것 같아 기쁘다. 발가락들이 하얗고 쪼그라들어 의지대로 움직이지 못하게 되었는데, 어쩌면 발 코어근육이 발달되면 발가락들이 제구실을 찾을 지도 모른다.
월요 등산모임에 몸이 불편해서 못 참석한다고 카톡에 올렸다. 몇 분들이 빠른 쾌유를 비는 덕담을 적었다. 전화를 한 두 분에게 오미크론에 감염이라고 했더니, 두분 다 가정의와 상의 하라고 권했다. 한 분은 코로나19 치료제인 팍스로비드와 폐렴방지용 Z-팩 처방을 받아 여행 갈 때 가지고 다닌다고 한다. 가정의에게 전화를 걸었다. 마침 그분은 방학 여행을 떠났다고 했다. 그분이 온 다음에 상담하기로 했다.
집에 혼자 시간을 보내니 태블릿과 컴퓨터를 많이 보게 되고 전에 읽은 〈노화의 종말〉과 〈당신은 뇌를 고칠 수 있다〉라는 책을 꺼내 틈틈이 다시 읽었다. 오미크론의 자가치유에 관해서 듣고 읽은 내용을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물을 많이 마시고, 집에 습도를 높이고, 샤워도 오래하라. 물을 많이 마셔야 물이 몸에서 몸밖으로 나갈 때 오물들이 씻겨나간다. ◀두통이나 근육통이 심하면 타이레놀이나 애드빌을 먹어 통증을 관리한다. ◀고단백질 음식을 먹고 잠을 푹 자라. ◀계속되는 고열, 가슴에 심한 통증, 호흡곤란, 숨이 차거나, 어지럽고, 의식을 잃었는지 모를 상태가 되면 병원 응급치료를 받아야 된다.
감염이 확인된 처음에는 가벼운 감기 정도로 지날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있었는데, 며칠 지나니 목구멍이 아프다. 기침을 해도 아프고, 아침을 먹으려 첫 숟갈을 입에 넣고 넘기려고 하니 목구멍이 아프다. 기침과 함께 가래도 나온다. 오줌 색깔도 가래침 색깔과 비슷하다.
약국에 전화했다. 코로나에 걸렸고, 지금은 목이 너무 아픈데 그 고통을 줄일 수 있는 약이 있느냐고 물어보니 있다고 한다. 약국을 찾아가서 샀다. 이름이 ‘월드로신’이다. 한국에서 만든 약이다. 약효 때문인지 목구멍 통증도 가라앉는다. 아침 마다 창문을 열고 환기를 열심히 한다. 창문밖의 백일홍 나무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가지마다 끝에 빨간 꽃들을 흔들다. 창문 바로 옆에 눈 뭉치 같은 하얀 수국들도 바람에 일렁이며 아름다운 칠월의 꽃 아침이라고 인사를 한다.
“당신은 뇌를 고칠 수 있다”책에 의하며, 나의 소화기관 내장 속에는 인간 게놈보다 바이러스 유전자가 백배이상 더 많다고 한다. 내 속의 미생물들은 수많은 종류가 있지만, 우리 몸에 유익한 종류와 그렇지 않은 종류로 구분할 수 있고, 유익균과 유해균이 적절한 균형관계를 유지할 때, 나도 건강하고, 이 균형이 깨질 때 내 몸 전체에 염증이 생긴다고 한다. 유해균도 적당히 있어야 된다는 이야기다.
바이러스와 전쟁을 하면서도 내 자신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단지 내 몸의 면역체들이 바이러스와 치열히 싸워 내 생명을 지켰고, 다음에 같은 적이 올 때 싸울 준비훈련도 되었다. 문득 바이러스는 내 원수가 아니고 내 이웃이라고 느껴진다. 건강이 회복되는 느낌이 든다. 창문밖에 바람에 흔들리는 빨간 꽃송이들과 하얀 꽃 송이들을 보니 갑자기 눈물이 난다. 감사하고 아름다워서 눈물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