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관 2층 전시관 재단장 정문 소녀상 이전
소송 발생 시 한인회 자산으로 비용 충당
찬·반 논란 끝에 작년 애틀랜타 한인회관 정문에 건립된 애틀랜타 제2 평화의 소녀상이 2층 역사전시관으로 자리를 옮긴다. 또 한인회 관련 소송 비용은 한인회 자산을 사용해 충당된다.
36대 애틀랜타 한인회 이사회는 11일 정기 이사회에서 회관관리운영위원회가 상정한 제2 소녀상 이전과 한인회 관련 소송비용의 한인회 자산 사용 등의 안건을 처리했다. 이날 이사 총 19명 중 9명이 참석하고 6명이 의결권을 위임했다고 한인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이사회에서는 김일홍 회관관리운영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해 김광수 부위원장 등 운영위원들이 인준을 받았으며, 건물관리운영위원회의 은행계좌 공동 서명권자(co-signer)를 이홍기 한인회장과 김일홍 위원장으로 변경했다.
김일홍 위원장은 또 회관 2층 전시 공간을 재단장해 차세대 역사·교육·홍보 전시관으로 활용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이 안건은 현재의 독도전시관과 6·25전쟁 전시관 등을 재정비하고, 회관 정문에 있는 소녀상을 2층으로 이전하는 내용으로 이사회의 승인을 받았다.
애틀랜타 한인회관에 건립된 제2소녀상.
한인회관의 2번째 소녀상은 한인사회의 논란 끝에 공청회를 거쳐 지난해 삼일절을 맞아 정문 앞에 건립됐다. 김 위원장은 “소녀상 이전은 더 효과적인 관리와 홍보를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블랙번에 설치된 소녀상이 훼손된 전적이 있는 것처럼, 밖에 있으면 훼손의 위험이 있고, 2층 역사 전시관에 모아두면 ‘원스톱’ 역사 교육에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소녀상을 부정하거나 왜곡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또 이홍기 회장은 “소녀상을 외부로 반출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구석에 방치하겠다는 것도 아니다. 건물 관리상 옮기는 것이기 때문에 관리위원회의 재량”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소녀상이 한인회관 정문에 있는 것이 이상하지 않으냐는 의견을 작년부터 많이 받았다”고 덧붙였다.
2023년 삼일절을 맞아 제2 소녀상 제막식이 열렸다
한 한인사회 관계자는 “한인회관 2층은 페스티벌이 열릴 때가 아니면 찾는 사람도 없고, 사용하지 않는 창고와 같다”고 지적하며 ‘전시관 보강’이라는 취지에 의문을 표했다. 김 위원장은 2022년 11월에 열린 소녀상 설치 공청회, 한인회 정기총회 등에서 소녀상 건립을 공개적으로 반대한 바 있다.
아울러 한인회는 올 초부터 ‘이홍기 회장 보험금 횡령 의혹’ 등이 불거지며 몸살을 앓았다. 한인회 전 임원들이 이 회장을 관련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기도 했으나, ‘형사 기소할만한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지난 5월 수사가 종결됐다. 이에 한인회는 지난 몇 주간 지역 매체에 게재한 광고에 실명을 언급하며 공개 사과를 요구하고 법적 대응을 예고하기도 했다.
이사회는 이와 관련, 한인회와 임원들이 법적 소송 시 소송 비용 전액을 한인회 자산으로 사용한다는 안건을 승인했다. 사실상 이 안건은 법적 대응을 경고하는 광고 내용을 뒷받침하기 위한 선제 조치로 해석된다. 이 회장은 “한인회 직원 및 관계자 3명에게 ‘내용증명’이 왔다. 협박 등으로 겁이 나서 일을 못 하겠다고 하더라”라고 주장하며 소송 비용 지출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법적 대응을 예고하는 광고에 실명이 언급된 김백규 평화의 소녀상 건립위원장은 “제2 소녀상을 세우기 전 공청회를 진행해 동포들의 의견을 들었다. 그렇다면 소녀상을 옮기는 것도 공청회를 열어야 하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 소녀상은 공공시설이라며 “마음대로 옮길 수 없다”고 반박했다.
애틀랜타 한인회가 2022년11월26일 한인회관에서 개최한 제2 소녀상 설치 공청회에서 한인들이 찬반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인회 이사회 24년 2분기취재, 사진 / 윤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