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좌석에도 명당이 있다. 일등석, 비즈니스석 이야기가 아니다. 다리에 피가 안 통하는 일반석에도 두 다리 쭉 뻗는 명당이 있다. 일반석 명당을 차지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웃돈 내고 비즈니스석에 준하는 넓은 자리를 살 수도 있고, 돈 한 푼 안 들이고 비교적 편한 자리를 찾는 요령도 있다.
먼저 좌석과 관련해 알아야 할 용어가 있다. ‘프리미엄 이코노미(Premium economy)’다. 비즈니스석과 일반석의 중간 개념으로, 최근 전 세계 항공사가 일등석을 없애고 이 좌석을 늘리는 추세다. 대한항공은 아직 도입하지 않았고, 아시아나항공은 2017년 비슷한 개념의 ‘이코노미 스마티움’ 좌석을 선보였다. 국내 항공사 중에는 에어프레미아가 2021년 첫 운항을 시작하며 프리미엄 이코노미를 전면에 내세웠다.
에어프랑스가 파리 출발 ‘프리미엄 이코노미 좌석’ 승객에게 제공하는 기내식. 프랑스에서 미쉐린 1스타를 받은 프레데릭 시모냉 셰프가 개발한 메뉴다. 와인은 세계 대회에서 우승한 소믈리에가 엄선한 걸 내준다. 사진 에어프랑스
프리미엄 이코노미는 넓다. 일반석은 좌석 앞뒤 간격이 76~86㎝인데, 프리미엄 이코노미는 96~106㎝ 정도다. 에어프레미아 박승신 홍보팀장은 “우등 고속버스 좌석과 비슷한 넓이”라고 말했다. 일반석과 차별화한 서비스도 장점이다. 항공사에 따라 큰 비디오 화면, 빠른 체크인과 수하물 처리, 라운지 이용, 고급 기내식 등의 혜택도 제공한다. 에어프랑스는 파리 출발 인천 도착 노선에서 프랑스의 미쉐린 1스타 셰프가 만든 기내식을 내준다.
가격은 어떨까. 에어프레미아는 “대한항공 일반석보다 25~30% 비싼 수준”이라고 설명한다. 이달 8일 에어프레미아의 인천~LA, 에어프랑스의 인천~파리 비수기 왕복 프리미엄 이코노미 항공료를 검색했더니 100만원 후반대였다. 일반석을 예약한 뒤 출발 하루 전이나 당일에 빈자리가 있다면 웃돈 내고 승급하는 방법도 있다. 추가 요금은 항공사가 밝히지 않는다. 일종의 ‘떨이 상품’이어서 잔여석에 따라 가격이 들쭉날쭉하다. 지난달 에어프레미아의 인천~LA 일반석을 예약한 정모씨는 인천공항에서 편도 50만원을 내고 프리미엄 이코노미로 승급했다.
에어프랑스 인천~파리 노선 프리미엄 이코노미 좌석. 비즈니스 좌석에서나 볼 수 있는 독서등과 헤드폰이 비치돼 있다. 최승표 기자
이제 일반석을 보자. 일반석 명당은 사전 좌석 지정 서비스를 활용하는 게 좋다. 항공사 대부분이 제공하는 서비스다. 항공권 살 때 웹에서 신청하면 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출발 48시간 전, 제주항공·진에어 등 저비용항공(LCC)은 24시간 전까지 가능하다. 좌석 지정은 서두르는 게 좋다. 경쟁이 치열하다.
요즘은 일반석도 자리를 차등화해 추가 요금을 받는다. 아시아나항공을 보자. 일반석보다 좌석 간격이 4인치(10.16㎝) 넓은 ‘이코노미 스마티움(A350 기종)’, 가장 앞자리 혹은 비상구석에 해당하는 ‘엑스트라 레그룸 좌석’, 승하차가 빠른 앞쪽의 ‘프런트 좌석’, 커플용 ‘듀오 좌석’을 운영하는데, 모두 추가 요금을 받는다. 이를테면 프런트 좌석은 넓지 않지만, 앞에 있다는 이유로 노선에 따라 1만~7만원을 더 받는다.
방진환 디자이너
일반석은 옆자리만 비어도 여유롭다. 이 심리를 노려 LCC 대부분이 ‘옆 좌석 구매’ 서비스를 운영한다. 출발 당일 빈 좌석에 한해서다. 노선에 따라 1만~7만5000원을 받는다. 한 명이 최대 두 좌석까지 살 수 있다. 혼자 세 자리를 독차지해 누울 수 있는 이른바 ‘눕코노미’도 가능하다.
복도 석, 창가 석, 맨 뒷좌석 등 선호 좌석은 개인 취향 문제다. 비슷한 조건의 좌석 중 그나마 나은 자리가 궁금하다면 ‘시트구루(Seatguru)’라는 사이트를 참고하자. 전 세계 여객기의 모든 좌석 정보를 보여준다. 좌석 간격과 등받이 기울기, 전원 플러그 보유 여부까지 알 수 있다.
한국중앙일보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