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 새 정강정책 “무기소지권리 수호” 언급 …’총기’ 대선쟁점시 딜레마될듯
트럼프 전 대통령 피격 사건에서 사용된 총기가 미국의 총기 난사 사건 때마다 자주 등장해온 AR-15 공격용소총으로 드러나면서 총기 보유 권리 보장을 내세워온 공화당의 정책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이번 총격사건의 범인인 펜실베이니아 거주 20세 백인 남성 토머스 매슈 크룩스(사망)가 사용한 AR-15 계열 소총은 군사용인 M-16 소총의 ‘민간 버전’으로, 최대 분당 45발을 발사할 수 있다. 미국에 2천만 정 넘게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2012년 코네티컷주 샌디훅 초등학교에서 어린이 등 28명이 사망한 사건을 비롯해 2012년부터 2022년까지 미국에서 발생한 대규모 총기 난사 17건 가운데 10건에 AR-15가 등장했다.
그동안 공화당은 전미총기협회(NRA)와의 긴밀한 연대 속에 미 수정헌법 제2조에 명기된 총기 소지 및 휴대권을 옹호하고, 총기 관련 규제 강화에 대체로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바이든 행정부와 민주당의 강력한 드라이브 속에 미국 의회는 텍사스주 유밸디 초등학교 및 뉴욕주 버펄로 총기 난사 사건을 계기로 2022년, 30년 만에 총기 규제를 강화하는 입법을 했지만, 공화당의 저항 속에 공격 소총 및 대용량 탄창 판매 금지 등 핵심 내용은 빠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5월 NRA 연례 회의에 참석한 자리에서 바이든 행정부 하에서 무기를 소지할 권리가 “포위당했다”고 표현하면서 자신은 총기 소유자와 총기 업계의 강력한 동맹이 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리고 공화당은 11월 대선을 앞두고 지난 8일 발표한 정강·정책에서 총기 문제와 관련해 “우리는 헌법과 권리장전, 그리고 언론·종교의 자유와 무기 보유 및 소지 권리를 포함하는 우리의 근본적 자유를 수호한다”고 밝혔다.
미국 국민의 다수가 총기 규제의 필요성을 인지하는 상황에서 선거에 총기 이슈가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도록 모호하고 원론적으로 정강·정책에 표현한 것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공화당은 이번 전당대회를 앞두고 트럼프 전 대통령 피격 사건이 발생하면서 당의 총기 소지·휴대 권리 옹호 정책에 대한 비판이라는 역풍을 맞게 될까 경계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이미 모호하고 원론적으로 제시한 정강정책에 변화를 줄지 주목되지만, 정강정책 개정을 위한 절차와 시간 등을 감안할 때 당장 이뤄질 수 있을지 는 불투명해 보인다.
오히려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 등을 거론하며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반대 메시지를 역설해온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책임론의 프레임으로 몰고 가려 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 캠프와 민주당은 일정 시간이 지난 후 트럼프 전 대통령 피격 사건을 소재 삼아 공격용 총기 규제 강화 문제를 본격 제기하고, 대선 쟁점화하려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 내에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담당하는 총기 전담 기구를 설치해 총기 폭력을 규제하고 있으며, 총기 폭력 사태가 발생할 때마다 공격용 소총 및 대용량 탄창 판매 금지 등을 위한 입법을 요구해왔다.
결국 바이든 캠프가 낙태 권리와 함께 총기 규제 강화를 대선 관련 중요 정책 이슈로 삼으려 할 경우, 공화당의 ‘딜레마’가 커질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 점에서 공화당이 대선 국면에서 시간을 갖고 종전보다 규제에 무게를 둔 새롭고 구체적인 정책을 제시하면서 사실상 당의 정강정책 기조에 변화를 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