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한 취업준비생이 자신의 이력서를 새긴 티셔츠를 입고 돌아다니며 홍보한 덕분에 구직에 성공했다.
1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최근 중국 중부 후베이성에 있는 우한대학교 지리학부를 졸업한 20대 A씨는 자신의 이력이 새겨진 흰색 티셔츠를 입고 돌아다니면서 화제가 됐다.
공개된 사진을 보면 A씨가 입은 흰색 반소매 티셔츠 앞면에는 “2024학년도 졸업생 구직 중, 뒷면을 봐주세요”라고 적혀 있다. 뒤에는 그의 이력서가 새겨졌는데 이력서에는 이름과 사진, 대학, 전공 학위부터 각종 수상 경력, 취미·특기, 성격 등이 나와있다.
그는 자신에게 쉽게 연락할 수 있도록 사진 위에 QR코드도 붙여놨다. 해당 코드 옆에는 “(이 광고가) 인상 깊었던 인사 담당자와 네트워크를 찾고 있는 동료 졸업생들은 이것을 스캔하라. 일자리를 찾는 것은 파트너를 찾는 것만큼 어려우니 서로 돕자”고 적었다.
중국 인스타그램 샤오홍슈에 A씨가 남긴 설명에 따르면 그는 중국 내 대학원 입학을 앞두고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하고자 했으나 수많은 지원에도 성공하지 못했다. 이에 고향인 중국 허난성에서 어르신들이 종종 광고 표지판을 들고 돌아다니는 것에 영감을 받아 이력서를 티셔츠에 인쇄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거리에 많은 사람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티셔츠를 착용하면 걸어다니는 광고판과 같아 고용주나 인사 담당자들의 눈에 띌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적었다.
이런 그의 아이디어는 적중했다. 길을 지나던 행인들이 그의 모습을 촬영해 온라인에 게시했고, 그의 사연은 중국 소셜미디어에서 퍼지면서 더우인에서만 약 38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고 SCMP는 전했다.
이는 여러 회사가 A씨에게 연락하는 계기가 됐다. 그는 마침내 한 의류 업체와 인턴십 계약을 맺고 인턴으로 일하게 됐다. 해당 의류 업체의 관계자는 그에게 “게시물의 사진 속 주인공이 당신이 맞느냐”고 물으며 “당신은 바이럴 마케팅에 재능을 보이니 우리 회사에 들어와 일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한편, SCMP에 따르면 중국에서는 올해 대학 졸업자 1158만 명이 취업 시장에 진출했는데, 이는 지난해보다 82만 명이 늘어난 수치다. 그러나 16~24세 청년층의 실업률은 18%를 넘어선 상황이다. 지난해 중국 당국은 청년 실업률이 약 20%로 치솟자 실업률 집계에서 재학생을 빼는 방식으로 통계를 조정하기도 했다.
사교육과 부동산 시장이 죽은 상황에서 빅테크(거대 정보기술기업)들은 감원에 나서는 등 고학력 청년의 취업 문은 수년째 좁아 사회적 불만이 커지고 있다.
한국중앙일보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