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의 20대는 단군 이래 부모보다 가난한 최초의 세대’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고 한다. 여론조사기관 퓨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한국인 응답자(18세 이상 1008명)은 “내 자녀 세대의 경제적 형편이 부모 세대보다 어려워질 것”이라고 답했다. 고도 경제성장 시기에 자란 부모세대와 달리, 요즘 20-30대는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고 인플레 때문에 부모 세대보다 가난하게 살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런 암울한 경제적 상황은 미국도 다르지 않다. ‘내 자녀가 부모보다 더 잘 살수 있는 가능성’을 학술적으로는 ‘세대 간 소득 이동성’(Intergenerational mobility)이라고 부른다. 이 이론의 ‘매직 넘버’는 ‘35살’이다. 자녀가 35살이 됐을 때 부모보다 더 많은 소득을 올리면 ‘세대간 소득 이동성이 높다’고 평가한다.
미국식으로 말한다면, 세대간 이동성이 높을 수록 ‘아메리칸 드림’을 이룩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내 자녀가 나(부모)보다 돈을 더 많이 벌고 좋은 삶을 누리는 것”이 바로 미국 이민온 모든 한인들의 ‘아메리칸 드림’(American Dream)일 것이다.
그러나 ‘아메리칸 드림’의 가능성은 점점 줄고 있다. 워싱턴 공정성장 센터(Washington Center for Equitable Growth)의 선임연구원인 오스틴 클레멘스 박사(Dr. Austin Clemens)에 따르면, 지난 몇십년간 미국의 소득 이동성은 감소해왔다.
예를 들어 1940-50년대에는 청년 90%가 부모보다 더 높은 소득을 올렸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그 비율은 50%로 떨어졌다. 미국 청년의 절반 이상이 부모 세대보다 돈을 적게 벌고 있다는 뜻이다.
클레멘스 박사는 “소득 증가의 대부분은 이미 높은 임금을 받는 직군에서 발생하고 있다. 반면 블루칼라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의 소득은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젊은이들이 ‘라이드 셰어’나 음식 배달 등 임시직(gig economy)에 몰리면서, 청년들의 소득은 더욱 줄고 있다. ‘우버 잇츠’ ‘리프트’ 등은 근무 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할수 있고 출퇴근할 필요가 없어, 미국내 1천만명이 이 업종에 종사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이 정규직이 아닌 독립 계약자(independent contractors)로 취급받아 직업 안정성이 없으며 임금도 낮다는 사실이다.
마이클 라이히(Dr. Michael Reich) UC버클리(UC Berkeley) 경제학 교수는 “이들은 시간당 7달러 이하로 벌고 있으며, 결국 먹고살려면 하루 12-14시간은 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민자들이 이런 임시직 상당수를 차지하는데, 그 이유는 더 좋은 직업을 구할만한 기술이나 인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결국 이들은 포획된 노동력(captive labor force)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나마 좋은 소식은, 한인을 포함한 이민자들의 ‘소득 이동성’은 평균적인 미국인들보다 높다는 점이다. 클레멘스 박사는 “이민 1세대 부모는 차별과 새로운 환경 때문에 능력과 재능에 걸맞는 소득을 벌기 힘들다”며 “그러나 이민 2세대는 대체로 좋은 직업과 교육을 선택하므로 부모 세대보다 잘 해낸다”고 분석했다.
경제정책연구소(Economic Policy Institute) 소장 하이디 시어홀즈(Heidi Shierholz) 소장은 “미국은 전국민에게 아메리칸 드림을 달성할 자금과 능력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실현하는 것은 정책 결정자들이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올해 선거에서 한인들은 선출직 공직자들에게 “노동자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사회적 안전망 제공할수 있는 경제정책이 있느냐”고 물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