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관 “재정보고서 보험금 수표 왜 누락” 질문에 이 회장 “기억나지 않는다” 답해
이홍기 애틀랜타 한인회장이 지난해 36대 회장 선거에 출마하며 납부한 5만 달러 공탁금이 한인회 공금이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지난 5월 경찰 수사가 종결됐던 ‘한인회관 보험금 횡령 의혹’과 한인회의 불투명한 재정운용 실태에 다시 주목이 쏠리고 있다.
이홍기 회장의 ‘한인회관 보험금 횡령 의혹’에 대한 노크로스 경찰의 수사 보고서
본지가 18일 노크로스 경찰로부터 입수한 9장 분량의 최종 수사 보고서에는 수사관이 보기에 ‘의심스러운’ 정황들이 여럿 묘사됐다. 일례로 지난해 4월 4일 보험금 15만8000달러가 한인회 계좌에 입금된 뒤 20만 달러에 가까웠던 계좌 잔액이 같은 해 계속 줄어 거의 바닥난 뒤(nickel and dimed to death), 9월 21일 잔액이 다시 6만9100달러로 늘어났으며, 이어 9월 26일 이홍기 회장 이름으로 한인회 계좌에서 5만 달러 체크가 발행됐다. 이후 해당 계좌는 2023년 12월 1일 잔고 1186달러까지 줄었다가 12월 6일 3만 달러가 입금됐으나, “돈의 출처를 알 수 없다”고 경찰 보고서는 밝혔다.
지난해 4월 4일 보험금 15만8000달러가 한인회 계좌에 입금된 후의 내역을 설명하고 있는 리포트의 일부. 2023년 9월 이홍기 회장 이름으로 5만 달러 체크가 발행됐다.
이 회장은 경찰 조사에서 “5만 달러를 바로 선거관리위원회 계좌로 이체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인회 공금을 자신의 공탁금 명목으로 유용해 선관위에 이체한 것이지만, 경찰이 한인회 공금 전용 경위를 제대로 파악했는지는 불분명하다. 수사관은 이 회장에 보험금 수표가 왜 한인회 재정보고에서 누락됐는지 물었으나 이 회장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수사관은 보고서에서 한인회 회칙을 언급하며 “이 회장이 한인회 은행계좌 7개에 대한 전결권(carte blanche)을 갖고 있지만, 회칙에는 그가 한인회 은행계좌 지출 보고서를 작성하고 공유할 의무가 명시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수사관은 이어 “의심되는 정황과 위험신호(smoke and red flags)가 많지만, 불법전용(theft by conversion) 혐의로 체포 영장을 발부할만한 근거(probable cause)가 없으며, 고발인과 이해 당사자 등이 기록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이 사건을 민사로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한인회 회칙을 언급하는 보고서 일부.
이같은 수사 보고서 내용에 대해 기업법 및 민사전문 안찬모 변호사는 “원칙적으로 재정보고 누락, 공금 유용 등의 혐의는 형사법으로 처벌할 수 있지만, 경찰이 사건의 경중을 따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제한 속도보다 과속했다고 모든 운전자를 처벌하지 않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또 “조지아주의 경우 비영리단체를 규제하는 법령이 있지만, 회칙을 우선시하는 등 단체에 재량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안 변호사의 설명이다. 민형사상 책임을 묻는다면 한인회 회칙이 판단의 기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지난 3월 한인회관 보험금 횡령 의혹 등으로 경찰에 고발당했다. 2022년 12월 회관 수도관이 동파되고 보험사로부터 2023년 4월에 받은 15만8000달러 보험금을 1년 가까운 시간 동안 재정보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불거진 의혹이다.
▶사건의 배경
지난 2월 35대 한인회 집행부 임원과 사퇴한 건물관리운영위원회가 기자회견을 열고 이 회장의 보험금 횡령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이 회장은 보험 클레임 신청 여부도 몰랐을뿐더러 “한인회 운영비로 일부를 쓰고 나머지는 건물관리운영위원회 계좌에 이체했다”며 해당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이후 의혹을 처음 제기한 관계자들은 노크로스 경찰에 이 회장을 관련 의혹으로 고발했다.
노크로스 경찰은 지난 5월 형사법이 적용될 만한 근거(probable cause)가 없다며 수사를 종결한 바 있다. 6월 14일 이홍기 회장을 비롯한 한인회 임원들은 ‘무혐의’라는 표현을 쓰며 “한인회를 부정부패 단체로 음해한 이들”에게 강력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이렇게 사건이 종결되는 듯했으나, 지난 16일 노크로스 경찰의 수사 리포트의 일부가 공개되며 이 회장의 5만 달러 공탁금 의혹이 다시 불거졌다. 이 회장은 이날 한인회 관계자들과 긴급회의를 갖고 36대 회장 선거에 출마하며 납부한 5만 달러 공탁금을 한인회 계좌에서 인출한 점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또 그는 “5만 달러는 2번에 걸쳐 갚았다”고 주장했으나 아직 입금 내역이 확인된 바는 없다.
윤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