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마당을 정리하던 중 너무 무더운 기온에 숨이 턱턱 막힐 지경이었다. 의자에서 잠깐 쉬고 있었다. 모기도 달려들고 해서 선풍기를 켜놓고 않아 흐르는 땀을 훔치고 있는데 선풍기 망위에 계란만한 갈색과 회색이 엉켜진 털을 가진 무언가가 앉아 있기에 자세히 처다보니 날개깃도 겨우 조금 나온 아기새가 앉아 있는게 아닌가.
너무 더워에 지처 그위에 앉아 있나 싶어 손가락으로 건드리니 입부리를 쫙짝 벌렸다. ‘목이 말라 그러나’ 싶어 물을 가져다 손끝에 적셔 떨어뜨려 주니 좋아라 하고 받아 목을 축인다. 그래도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입만 벌리고 있다.
사람을 경계 하지 않는 이유가 아마도 바깥 세상은 처음 걸음인 듯 하다.
‘어떻게 해야 아기새를 제 보금자리로 돌려 보내나’ 궁리를 하는 중에도 도통 움직이질 않는다. 다시 자세히 들여다 보면서 혹시나 선풍기 철망에 발이 끼여 있나 싶어 다시 보아도 그렇지는 않는데 왜 그러고 있을까 ?
이유를 알수 없었다. 언제까지 두고 볼수 없어 살짝 손아귀로 잡아도 날아가지 않고 가만히 있다.
그런 아기새를 화분이 가지런히 있는 탁자위로 올려 놓는 순간! 어디서 왔는지 순식간에 두마리의 카디널스가 날아 내려오더니 아기새를 보호하듯 주위에 앉아서 두리번 거리고 사방을 경계하듯 찍찍대면서 “아기야 너 괜찬니?” 하는 듯한 모습이다.
아기새도 그제서야 푸드득 거리며 어미곁으로 간다. 아마 주위 나뭇가지 위에서 지켜보고 있었나 보다.
아기새가 나는 연습을 하다가 선풍기 위로 날아 앉아 앉는걸 주시하고 있는데 옆에 사람이 있으니 오지는 못하고 애간장을 태우고 있었던 모양이다. 카디널스는 절대 다른 새와는 교제를 하지 않는 걸로 알고 있다. 그리고 지저귀는 소리도 잘내지 않는 새라고 한다. 겨우 ‘찍찍’하는 소리만 낼뿐이다. 카디널스는 내셔널 풋볼리그(NFL) 애리조나 카디널스의 마스코트다. 또
메이저리그(MLB) 세인트 루이스 구단의 마스코트이기도 하다.
참새과에 속하는 조류여서 그런지 아기새의 모습은 꼭 참새 새끼 같았다. 우리 말로는 홍관조라고 부른다고 한다. 숫놈이 붉은색을 띠며 화려한 반면 암놈은 그냥 갈색이란 점이 조금 특이하다. 허나 그 작은 새들도 그렇게 애틋하게 자기 새끼를 보호하는 본능을 볼 때 이런 저런 삶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겨 보는 시간이 되었다.
그리고 며칠 후 다시금 뒷마당에 나타난걸 보니 아기새는 제법 푸드덕거리며 조금씩 날면서 뛰기도 했다. 그 주위를 어미새와 같이 아빠 카디널스도 아기새가 야채가 가득한 밭속으로 들어가니 그 옆에서 어디로 가나 하고 따라 다니며 보호하는 모습이 너무나 보기에 자연 스럽다. 자신의 보호 능력, 자립 능력이 완전한 궤도에 오를 때까지 보호 관찰하는 카디널스의 모성에서 사람도 많은 것을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