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6월, 연방대법원은 45년간 이어져 온 ‘어퍼머티브 액션’( Affirmative Action)판례를 뒤집었다. “대학입시에서 대학이 지원자 학생의 인종을 고려하면 위헌”이라고 결론내린 것이다. 이 판결에 따라 공립, 사립대학은 학생 선발시 인종을 고려할 수 없게 됐다.
‘어퍼머티브 액션’은 1960년대 흑인 민권운동의 여파로 탄생했다. 당시 흑인사회 절대다수는 노예생활과 빈곤 때문에 대학 진학률이 매우 낮았다. 이에 대해 일부 대학은 “흑인 학생들에게 좀더 기회를 주자”는 취지에서, 대입에서 학생 지원자의 성적표 뿐만 아니라 인종을 고려했다.
이에 보수 단체는 중국계 등 아시안 학생 몇명을 원고로 내세워 대법원에 위헌소송을 걸었다. “내 성적이 뛰어난데도, 흑인학생들에게 부당하게 밀려나 명문대에 불합격했다”는 취지였다. 백인 학생을 원고로 내세우면 ‘흑백 갈등’으로 비칠 것이 명백하기 때문에, ‘공부 잘하는 소수민족’인 아시안 학생을 방패막이로 내세운 것이었고, 그 전략은 먹혀들어 작년에 위헌 판결이 나왔다.
이에 대해 교육전문가들은 “한인 등 유색인종 학생들의 대학진학 혜택을 예측하기 어려워졌다”고 지적한다. 먼저 위헌판결을 계기로, 대학들이 소수민족, 인종 학생을 위한 장학금 및 혜택을 폐지하기 시작했다. 미주리 대학교는 최근 소수 민족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의 지급 대상을 바꾸려 시도했고, 유타 대학교는 HB 261이라는 새로운 유타 법률에 따라 흑인, LGBTQ 및 여학생 센터를 폐쇄했다.
대학기회 캠페인(The Campaign for College Opportunity)의 비카쉬 레디(Vikash Reddy) 부회장은 “2023년에만 대학내 소수민족 배려 제도를 폐지하려 하려는 주 법안 45개가 제출되었으며, 그중 대다수는 텍사스와 플로리다 주의회에서 나왔다”고 지적했다. 결국 소수민족 학생을 대상으로 한 장학금과 학내 복지가 줄어들면 한인 학생들의 손해가 될 수밖에 없다.
또다른 문제는 아시안과 타인종 학생들간의 위화감 조성이다. 아시안 아메리칸 정의진행협회(AAJC)의 존 C 양(John C. Yang) 회장은 “어퍼머티브 액션 재판 원고가 ‘제로 섬 게임’과 같은 말을 사용해, 아시아계와 다른 소수민족 공동체가 분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모델 마이너리티(model minority)라는 말은 편견이다. 아시아계 학생은 ‘어퍼머티브 액션’ 없이도 공부잘한다는 오해를 사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NAACP 법률 방어 기금(NAACP Legal Defense Fund) 이진희(Jin Hee Lee) 변호사는 “미국사회는 아직 완벽하게 인종적으로 평등한 사회가 아니다”라며 “이제 대학 당국자가 소외된 학생들의 장벽을 해결하려 하면 ‘차별주의자’라는 비난을 받는 세상”이라며 대학 당국이 위축되고 있음을 지적했다.
궁극적 문제는 ‘어퍼머티브 액션’을 대체하고, 대학내 학생 인구의 다양성을 보장할 입학 기준이 아직도 확립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멕시코계 미국인 법률방어교육펀드(MALDEF)의 토마스 A 사엔즈(Thomas A. Saenz) 회장은 “새로운 대입 기준으로 어퍼머티브 액션을 대신해 카운슬러 추천서, 담임교사 추천서, AP와 IB 수강 등이 제시되고 있으나 완벽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결국 대법원의 어퍼머티브 액션 폐지는 한인 학생들의 입시에 유리하게 작용하기는 커녕, 오히려 불확실성만 조성하고 혜택을 줄이고 있다. 결국 이런 상황에서는 재력과 인맥을 갖춘 주류사회 대학생들이 더 많은 대입 기회를 잡을 수밖에 없다. 한인 학생과 학부모들은 ‘어퍼머티브 액션’을 대체할수 있는 새로운 제도 도입을 위해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