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메이카 출신 아버지와 인도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조 바이든 대통령 대신 민주당 대선 후보로 지명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대표적 ‘경합주’로 꼽히는 조지아주 유권자들의 표심이 달라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조지아 대선 결과의 가장 큰 변수로 꼽히는 아시아계 이민자들의 선택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애틀랜타 저널(AJC)은 23일 “해리스 부통령이 대선 후보로 지명될 경우, 조지아는 민주당에 유리한 선거구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민주당 후보로 확정되면 해리스 부통령은 그 자체로 미국 역사상 최초의 유색인종 여성 대통령 후보가 되는 기록을 세운다. 아자이 하우드 인도 디아스포라 연구재단(FIIDS) 디렉터는 “해리스의 대선 후보 지명은 남아시아계 미국인에게 자부심을 안겨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4년간 늘어난 조지아의 신규 시민권자는 전체 주 인구의 10.8%를 차지한다. 특히 아시아계 출신 귀화 인구는 주 유권자의 7.4%다. 약 23만 9000명의 유권자가 아시아태평양계(AAPI) 인구로 분류된다.
일반적으로 귀화 유권자는 미국 태생 시민권자에 비해 투표율이 떨어지는 경향을 보이지만 최근의 추세는 그렇지 않다. 2020년 대선 당시 조지아의 아시아계 유권자의 투표율은 4년 전보다 84% 급증해 바이든 대통령 승리의 원동력이 됐다는 평을 받았다. 아시아계 정치력이 신장되는 이때, 같은 인종적 배경을 가진 대선 후보의 등장은 민주당이 다시 결집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같은 소수계, 유색인종이라는 정체성에만 기반해 아시아계 표심을 장담하기는 이르다는 비판도 있다. 미국 공화당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J.D. 밴스 상원의원(오하이오)의 부인도 인도계임을 감안하면 인종 구별로만 정치 성향을 결정하긴 어렵다는 것이다.
한국계인 홍수정 하원의원(공화·로렌스빌)은 “아시아계가 같은 인종적 유산을 공유한다는 이유로 해리스 부통령에게 투표한다고 단정지을 수 없다”며 “바이든 재임 기간 인플레이션 심화, 불법 이민자 유입에 따른 범죄 증가 등은 아시아계 가족의 아메리칸 드림을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무르타자 콰자 아시안정의진흥협회(AAAJ) 대표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전쟁에 대한 바이든 정부의 대처는 많은 아시아계 민권단체를 실망시켰다”고 밝혔다. 아이샤 야쿱 마흐무드 AAAJ 디렉터 또한 “아시아계 유권자단체는 그의 선거 공약을 살펴본 뒤, 지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장채원 기자 jang.chaewon@korea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