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오물 풍선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과 국방부 청사 내에 떨어졌다. 북한이 지난 5월 28일 오물 풍선 도발을 시작한 이후 대통령실 구역에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대통령경호처는 이날 “합동참모본부와 공조해 북한이 부양한 대남 쓰레기 풍선을 모니터링하던 중 용산 청사 일대에 낙하한 쓰레기를 식별했다”며 “화생방 대응팀 조사 결과 물체의 위험성과 오염성이 없는 것으로 확인돼 수거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의 업무 공간에 북한에서 보낸 낙하물이 떨어진 만큼 대통령실 경비와 보안에 구멍이 뚫린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통령실 관계자는 “용산 지역으로 이동하는 풍선의 경우 관계기관과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있다”면서 “풍선에 어떤 물질이 들어 있는지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공중에서 처리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인근 상공에 북한이 부양한 것으로 추정되는 오물풍선이 낙하하고 있다. 연합뉴스
합동참모본부는 오물 풍선을 공중에서 격추할 경우 내용물이 공중에서 흩어져 피해가 커질 수 있는 만큼 격추 대신 낙하 후 수거하는 매뉴얼을 유지하고 있다. 합참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 6~7시쯤부터 오물 풍선을 띄워 보내기 시작했다.
이와 관련해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오는 28일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한·미·일 국방장관회의에 앞서 24일 보도된 일본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오물 풍선 부양 외에) 탈북민단체가 대북 전단을 살포하기 위해 풍선을 띄우는 장소에 총격이나 포격을 가할 가능성도 있어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 장관은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 16일 한국 민간단체의 전단 살포를 비난하는 담화를 통해 대응 방식의 변화를 예고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김 부부장은 지난 16일 담화에서 “대북 전단이 추가로 발견됐다”며 “한국 쓰레기들의 치졸하고 더러운 짓이 계속될 경우 우리의 대응 방식에 변화가 불가피하게 제기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군은 지난 20일부터 전방 지역에서 전면적으로 진행 중인 대북 확성기 방송을 나흘째 이어가고 있다. 이에 대응해 북한은 최근 재설치한 대남 확성기를 통해 ‘지지직’ 하는 소음을 내보내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대북 방송을 주민들이 듣지 못하게 하려는 목적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607개 종교·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한반도평화행동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접경 지역 충돌 가능성을 고조시킬 확성기 방송 전면 재개 결정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대북 방송 중단을 정부에 촉구하는 내용의 항의 서한을 윤석열 대통령과 신원식 장관에게 보내기로 했다.
한국 중앙일보 허진·서유진 기자 b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