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고메리 다운타운에 있는 앨라배마 목축업회의 내부에 The Mooseum이 있다. 아이들에게 소들에 관한 모든 정보를 소개하는 이곳을 손주와 찾아가서 문을 열고 들어서다 멈췄다. 리셉션 데스크의 컴퓨터에 집중한 여인을 보고 “신디아!” 외쳤더니 그녀가 돌아보고 벌떡 일어나 뛰어오며 내 이름을 불렀다. 우리는 껴안고 아이들처럼 팔짝팔짝 뛰었다. 전혀 생각지 못한 장소에서 오랫동안 소식없이 지내던 옛 친구를 만났다.
오래전 몽고메리 시의 여러 분야에서 일하던 50대 여인들 8명이 좀 특이한 모임을 만들었다. 공식 이름은 Elegant Ladies Character Assassination And Diagnostic Association (‘ELCAADA)’로 입안에 꽉 찬다. 약자가 중동 테러단체 알카에다와 발음이 비슷해서 우리는 그냥 Lunch Bunch라 불렀다. 직업이나 취미는 다르지만 꾸준히 만나면서 우정을 키울 수 있었던 이유는 사는 지역에 가진 관심 때문이었다. 나 빼놓고 모두 남부 토박이인 이들은 이곳의 오래된 건물이나 나무 하나에서도 역사를 읽었다. 그리고 우리는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팔 걷고 나선 극성스러움으로 여러 비영리 단체에 봉사도 많이 했다.
대부분 보수적인 남부사람들과 달리 우리는 진보적 개혁을 주장하는 자유 사상가들이었다. 새로운 정보나 색다른 아이디어에 솔깃하고 환경의 변수에도 민감했다. 부조리한 사회구조나 민권에 대한 생생한 대화와 정보를 나누면서 밝은 미래를 꿈꿨던 Lunch Bunch 모임의 강점은 어떤 안건이나 주제에 대한 활발한 토론을 벌릴 적에 상대의견을 충분히 들어주는 점이었다. 그리고 동의하지 못한 불협화음도 일단 도마질이 끝나면 깨끗하게 털고 넘어가서 나는 자유로운 사고의 부딪침을 맘껏 즐겼었다. 오랫동안 이들과의 교제를 통해서 남부에 애착심을 키웠고 세상을 보는 내 안목을 변화시킨 친구들을 아끼고 사랑했다.
그때 우리의 모임 장소는 독특한 장식과 맛있는 샌드위치와 커피로 유명했던 Cool Beans이었다. 안쪽에 둥글게 높은 원형 벽에 둘러싸여 있던 둥근 테이블은 우리가 모여 앉아 수다하기 딱 좋았다. 우리는 매번 그곳에 비집고 앉아서 왁자지껄 빠르게 목소리를 섞었다. 이 지역의 알만한 사람들이나 일어나는 온갖 소문들을 나누면 식품점에서 파는 유치한 잡지의 가십 난 보다 더 재미있었다. 하지만 언젠가 이 식당이 문을 닫으면서 만남의 장소를 제대로 찾지 못하고 여기저기서 만나다 슬그머니 흩어졌다. 그후 몇 년 뒤, 우연히 몇 사람이 다시 만나 Happiness 모임을 형성했다. 우리는 평범한 일상에서 행복을 주는 요소를 찾아 실천하려던 목적으로 삶의 지혜를 나누며 서로가 서로에게 거울이 되어줬다. 하지만 이 모임은 오래가지 못했고 그후 나는 신디아를 만나지 못했었다.
몽고메리 시에 근무하던 신디아는 2년 전에 직장을 옮긴 후 평온하다. 원래 자연스럽게 살고 싶어서 자동차 뒤에 “자연으로”, “자연 그대로” 등 온갖 자연 찬가 스티커를 문신처럼 붙여 다니던 그녀가 드디어 자연스럽게 살고 있다는 소식에 기뻤다. 사실 예전에 건강보험료가 비싸 보험이 없어 의사를 보지 못하던 신디아에 마음이 아팠었다. 서류미비자가 받는 의료혜택도 못 받던 미국시민인 그녀의 상황을 안타까워했는데 이제 그녀는 메디케어 혜택을 받는다.
더욱 그녀와 얽힌 애틋한 추억이 하나 있다. 언젠가 연말에 Lunch Bunch 멤버들이 타파스를 전문으로 하는 바에 모여서 맛있는 음식과 포도주로 떠나는 해와 작별하고 각자 가져온 선물들을 나누었다. 그때 경제적으로 곤경을 겪고 있던 신디아가 주차장에서 헤어지던 우리를 그녀의 차로 인도했다. 그녀가 트렁크를 열자 수 백 권의 책이 가득해서 우리는 깜짝 놀랐었다. 자신의 책장을 털어서 가져 온 선물이라 한 그녀의 얼굴은 밝게 빛났었다. 어둑한 주차장서 우리는 보물찾기를 했다. 책의 주제가 어울리는 친구에게 넘겨주며 즐거운 책 사냥을 했다. 나도 아름다운 친구의 마음이 담긴 책을 한아름 선물 받았다
내 책장에 잘 있는 그녀의 책들을 알려주니 신디아가 깔깔 웃었다. 세상살이 힘겨워도 민폐를 끼치지 않고 당당히 사는 신디아의 눈빛이 아직 맑아 좋았는데 그녀의 다음 말을 듣고 아찔했다. 그녀는 담담하게 늘 방황하던 30대 후반인 아들이 최근에 ADHD 진단을 받았다고 했다. 신이 그녀에게 다시 커브볼을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