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적 감사 통해 투명성 회복해야
이 회장, 본지에 공금 반환 증거 제시
이홍기 애틀랜타 한인회장이 지난해 한인회 공금을 전용해 36대 회장 선거 출마를 위한 공탁금으로 썼다는 사실이 확인된 가운데, 한인회 안팎에서 외부 감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외부 감사의 필요성에 대한 의견은 지난 2월 이홍기 회장의 ‘한인회관 보험금 횡령 의혹’이 제기되고서부터 꾸준히 제기됐다. 한 한인회 관계자는 25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더 이상 숨길 게 없으니,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일일이 대응하지 말고, 종합적인 외부감사를 받아서 해명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당장 사퇴 생각은 없다”고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밝혔으나, 9월 28일 예정된 코리안 페스티벌 직후 또는 길어도 연말 중 사퇴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인회 또다른 관계자는 “이 회장이 사임 전 (외부 감사를) 받긴 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다만, 언제 어떤 방식으로 하게 될 것인지 아직 논의되지 않았다.
그러나 한인회 일각에서는 “코리안 페스티벌도 복잡한데 무엇이라도 하나 끝낸 다음 외부감사를 받아야 하지 않겠느냐”라는 의견을 내비쳤다고 관계자는 덧붙였다.
35대 한인회까지 이사회에 속한 감사 중 회계사가 분기별 감사를 실시했으나, 현재 그 감사직 조차 공석이다. 재정운용에 대한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단편적인 자료를 제시하며 반박해왔으나 더이상 신뢰성을 얻지 못하고 있는 만큼 내부감사가 아닌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외부감사를 통해 한인회 재정을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는 게 중론이다.
6월14일 이홍기 회장이 자금 횡령 의혹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4월15일 기자회견에서 이 회장은 취임 직후 받은 기부금이 어디에 쓰였는가에 대한 질문을 받고 신문 기사를 보여주며 설명하고 있다.
2월8일 이홍기 회장이 이경성 이사장과 보험금 횡령 의혹에 대해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공금 5만불 반환했다”= 이홍기 회장은 본지 기사(7월 23일자 A2면 이홍기 회장 “당장 사퇴할 생각 없다”)를 보고 5만 달러를 갚았다는 증거를 제시하고 싶다고 연락해왔다. 기자가 23일 한인회관을 방문했으나, 이홍기 회장은 사무장에게 자료 설명을 맡기고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사무장은 올초 두 차례에 걸쳐서 공금 5만 달러를 갚았다는 자료를 제시했다. 먼저 1월 22일 이 회장의 부인 회사 명의로 3만2000달러 체크가 회관관리운영위원회 계좌로 입금됐다. 사무장은 이 회장을 대신해 “회관 보수 비용을 위해 재외동포재단에 지원금을 신청했는데, 재단 보고용으로 (관리위) 계좌에 10만 달러 잔액을 만들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1번: 이홍기 회장의 아내 회사 명의로 발행된 3만2000달러 체크. 건축관리위원회 계좌로 입금됐다. 2번: 2월 14일 건축위 계좌에서 한인회 계좌로 3만2000달러가 옮겨졌다. 3번: 이홍기 회장이 개인 명의로 1만8000달러 체크를 발행했다.
이후 2월 14일 건축위원회(회관관리운영위원회) 계좌에서 한인회 ‘메인’ 계좌로 3만2000달러가 이체됐다고 주장하며 체크 사본을 제시했다. 같은 날 이 회장은 개인 체크로 나머지 1만8000달러를 한인회 계좌로 이체했다며 해당 체크 사본도 제시했다.
그러나 같은 날 두 개의 체크가 한인회 계좌로 입금되며 은행 스테이트먼트에는 그 총액인 5만 달러만 명시됐다고 김 사무장은 말했다. 은행 스테이트먼트를 확인한 결과, 2월 14일 계좌에 5만 달러가 입금됐으나, 동일한 체크 2장이 입금됐는지 여부는 확인할 수 없었다.
한인회 계좌에 2월 14일 입금된 5만 달러. 어떤 체크가 쓰였는지는 나와있지 않다.
▶“핵심은 공금을 썼다는 것”= 이 회장의 주장대로 5만 달러를 다시 한인회 계좌에 돌려놨다 하더라도 한인회의 공금을 개인적인 목적으로 전용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지난 3월 노크로스 경찰에 이 회장을 ‘보험금 횡령 의혹’ 등으로 고발한 사람 중 하나인 김종훈 씨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돈을 갚았다는 것은 핵심이 아니다. 핵심은 공금을 썼다는 것”이라며 핵심에서 벗어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서 “공금을 횡령(또는 유용)을 했으면 범죄다. 이건 당선 무효가 돼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이외에도 처음 ‘갚은’ 3만2000달러가 이 회장 개인 체크가 아니라는 것, 다른 계좌에 입금해 ‘계좌 순환식’ 대처라는 것, 1만8000달러는 공금을 갚는 것인데 ‘도네이션’이라고 표현한 것 등 “설명될 게 한 두 가지가 아니다”라고 김 씨는 지적했다.
이홍기 회장이 ‘갚은’ 1만8000달러 체크 사본. 기부금(후원금)’이라고 표시됐다.
취재, 사진 / 윤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