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카운티 당국은 노숙자 처벌 반대…지역별 편중 우려도
캘리포니아주에서 점증하는 노숙자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주지사가 노숙자 야영지를 철거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린 가운데, 주요 도시인 샌프란시스코와 로스앤젤레스(LA) 당국이 엇갈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31일 CNN 방송 등에 따르면 런던 브리드 샌프란시스코 시장은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의 행정명령에 따르기 위해 노숙자 야영지를 대상으로 적극적인 철거와 단속을 실행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시 당국은 노숙자가 야영지 철거에 불응해 해당 지역을 떠나지 않을 경우 경고를 내린 뒤 과태료를 부과하고, 심하게 저항하면 체포하는 등 처벌 수위를 높일 계획이다.
반면 LA 카운티 행정 당국인 카운티 감독관 위원회(Board of Supervisors)는 전날 회의에서 노숙 금지 조례에 따라 체포된 노숙자들을 카운티 구치소에 구금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카운티 감독위원회는 노숙자 대책으로 “돌봄을 우선으로 하고, 구금은 마지막에” 한다는 기존 방침을 재확인했다.
LA 카운티의 중심 도시인 LA시 캐런 배스 시장도 최근 “노숙을 범죄화하는 것이 아닌, 주택공급과 지원 서비스로 이어지는 포괄적인 접근 방식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밝혔다.
서부 오클랜드의 니미츠 고속도로 근처 노숙자 캠프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철거와 청소를 돕고 있다. 로이터
앞서 연방 대법원은 지난달 28일 오리건주 소도시 그랜츠패스의 노숙자 벌금 정책을 허용하는 판결을 했고,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이 판결을 근거로 지난 25일 주 정부 산하 기관에 노숙자 야영지를 긴급히 철거하도록 지시하는 행정명령을 발령했다.
뉴섬 주지사는 캘리포니아주 내의 카운티와 시 당국에도 노숙자 야영지 철거를 촉구했지만, 주지사의 행정명령이 각 자치 정부에 강제적인 효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LA 카운티 당국이 노숙자 야영지 철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겠다는 방침을 정하자 일각에서는 반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캘리포니아 도시연합의 LA 카운티 지부 회장인 비 디어링거는 “분명히 집이 없는 지역사회 구성원들을 카운티 구치소에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없다”며 “그러나 도시들은 노숙자들의 야영지 확산에 압도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LA 카운티 내 88개 소도시가 각기 다른 정책을 집행할 가능성도 있어 일부 지역의 노숙자들이 다른 지역으로 밀려나고 지역적으로 노숙자 야영지가 편중되는 현상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LA 카운티의 린지 호바스 감독관은 “우리는 전국의 무주택 인구가 LA로 오도록 LA 카운티가 환영 매트를 깔아주는 것으로 보이는 것은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미 주택도시개발부가 의회에 제출한 2023년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전체 노숙자 65만3천명 중 약 28%에 달하는 18만여명이 캘리포니아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LA 노숙자서비스국(LAHSA)이 지난달 발표한 최신 집계에 따르면 LA시의 노숙자 인구는 4만5천252명, LA 카운티 대도시 권역의 노숙자 인구는 7만5천312명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