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기업 평판도 중요..변수 고려해야”
한국 대기업이 해외서도 ‘빨리빨리’ 문화 고집 지적도
“현대차의 (가동) 일정은 성경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지난달 18일 문을 연 조지아주 블록카운티 소재 현대차 1차 부품 협력사인 아진의 공장 건설을 담당한 가지마건설(KBD)의 스티븐 김 애틀랜타 부사장의 발언이다. 2022년 11월 3억 1700만 달러를 투자해 공장을 건립한다고 발표한 아진은 85만 스퀘어피트(sqft) 규모의 시설 완공까지14개월이 채 걸리지 않았다. 김 부사장은 “모든 공급업체는 (현대의) 스케줄을 준수할 것임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는 10월 가동 목표인 현대차그룹의 전기차(EV) 공장 메타플랜트(HMGMA)의 생산 일정에 맞추려는 협력업체들의 속도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애틀랜타 저널(AJC)은 1일 “현대차가 공장을 열기 위해 질주하면서 공급업체도 질주를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말 기준 사바나를 중심으로 가동 준비 중인 현대차 부품 공급업체 17곳이 “현대의 까다로운 일정을 맞추기 위해 시간적 압박을 느끼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현대차는 당초 메타플랜트를 내년 상반기까지 완공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감축법(IRA)상 세재 혜택을 받기 위해 가동 시점을 10월로 대폭 앞당겼다. IRA는 미국내 현지 생산 전기차에 대당 최고 7500달러의 보조금을 제공한다. 마이클 스튜어트 현대차 미국법인 대변인은 연방정부의 인센티브를 거론하며 “보조금 수혜 자격을 갖춘 전기차를 더 빨리 판매하기 위해 (생산 시작일을) 앞당기려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메타플랜트가 가동을 서두르며 협력업체들의 경영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생활 환경까지 급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벤지 톰슨 블록 카운티 개발청 이사는 “많은 주민이 짧은 기간에 진행되는 급속한 변화를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며 “지역 커뮤니티는 경제적 발전을 소화할 시간과 도시 계획, 주택 공급을 필요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 대기업이 해외에 진출해서까지 ‘빨리빨리’ 문화를 고집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텍사스주 잭슨-워커 로펌 소속 신상민 기업이민 전문변호사는 “한국 대기업은 자신의 입지를 법보다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다”며 “하지만 소셜미디어의 시대에 기업에 대한 평판과 사내외 관행은 빠르게 유출되고 퍼져나간다”고 지적했다.
특히 현대차와 같이 정부로부터 유례없는 대규모 인센티브를 받은 경우 기업은 수익보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우선하는 경영을 펼칠 책임이 있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IRA 존폐 여부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서둘러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을 잡고 싶더라도 실적에만 집착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애틀랜타 넬슨 멀린스 로펌의 이정화 변호사는 “현재의 높은 성장 모멘텀을 유지하고 싶은 경영 전략과 여러 인센티브 정책을 고려해 공장 가동일을 정할 수 있다”면서도 “해외 공장 설립의 갖가지 변수를 고려해 여유있게 가동 일정을 잡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채원 기자 jang.chaewon@korea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