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올림픽 양궁 남자 개인전에서 김우진(청주시청)과 명승부를 펼친 브래디 엘리슨(미국)이 한국 출신 감독에게 지도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끈다.
김우진은 지난 3일 프랑스 파리의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대회 양궁 남자 리커브 개인전 결승에서 엘리슨을 상대로 슛오프까지 가는 접전 끝에 6-5로 승리했다.
두 사람은 결승전 4세트까지 엎치락뒤치락했다. 김우진과 엘리슨 모두 5세트에서 나란히 10점 3발씩을 쏴 결국 한 발씩 쏴 승부를 가리는 슛오프로 넘어갔다.
슛오프에서 김우진의 화살은 정중앙까지의 거리가 55.8㎜, 엘리슨의 화살은 60.7㎜이었다. 4.9㎜ 차이로 메달 색깔이 갈렸다.
엘리슨은 5회 연속 올림픽에 출전한 미국의 양궁 전설이다. 2008년 베이징 대회를 시작으로 은메달 3개, 동메달 2개를 땄다.
4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양궁 남자 개인전 결승에서 미국의 브래디 엘리슨이 한국의 김우진 선수를 상대로 활을 쏘고 있다. 왼쪽 사진은 2008년 엘리슨의 모습. 세계양궁협회 홈페이지
엘리슨은 과거 태극 궁사 킬러로 불렸다. 지난 2012 런던 대회 단체전 경기에서 엘리슨은 위협적인 실력을 뽐내며 한국을 4강에서 탈락시켰다.
이번 대회에서도 엘리슨은 개인전 8강에서 김제덕(예천군청)을 6-0으로 제압해 눈길을 끌었다.
이런 엘리슨을 육성한 스승이 바로 이기식 전 감독이다.
과거 양궁 선수로 활약했던 이 감독은 지난 2006년부터 미국 양궁 대표팀 사령탑을 맡았다. 엘리슨은 이 감독에게 10년 넘게 지도받았다.
18년간 미국 대표팀을 이끌어 온 이 감독은 지난 7월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그의 지도를 받았던 엘리슨은 세계 양궁 무대에서 태극 궁사들의 경계 대상으로 떠올랐다.
엘리슨은 양궁 매체 ‘월드 아처리’에서 “내 커리어를 만든 건 이기식 감독의 기술적인 지식뿐만이 아니었다. 내가 한 사람으로 성장하는 걸 도왔고, 그것에 대해 영원히 감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올림픽에서 엘리슨은 개인 최고 성적을 경신했다. 혼성 단체에서 동메달을 획득하고 개인전에서 은메달을 따면서 이번 대회를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로 마무리 했다.
엘리슨은 다음 올림픽 경기에 출전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김우진과의 경기에 대해 “전 세계 양궁 팬들이 항상 원했던 경기라고 생각한다”며 “올림픽에서 내가 쏜 최고의 샷이었다고 느꼈다. 통제력을 갖고 있었고 잘 쐈으며 좋은 성적을 거뒀다”고 만족했다. 이어 “김우진과 LA 올림픽에서 재대결할 것 같다”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한국 중앙일보 정시내 기자 jung.sina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