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전 한인사회는 아시안을 겨냥한 혐오범죄(Hate Crime)로 커다란 상처를 입었다. 2021년 애틀랜타 총격사건을 계기로 한인사회에도 혐오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일었다. 그러나 혐오범죄는 사실 아시안이나 한인만을 목표로 삼지 않는다.
법적으로 혐오범죄는 인종, 국적, 출신국가, 성별, 나이 등을 동기로 벌어지는 범죄를 말한다. 그동안 흑인과 아시안을 향한 증오범죄는 많이 알려졌지만, 최근 급증하는 혐오범죄는 남녀동성애자, 트렌스젠더(LGBTQ+)를 겨냥한 범죄다.
2023년부터 증오범죄 핫라인 CA vs Hate (1-833-8NO-HATE)을 운영중인 캘리포니아주에 따르면, 해당 년도 1년간 총 2303건의 혐오범죄가 신고됐으며, 이중 24.2%가 성적지향과 성별을 이유로 벌어진 범죄였다. 특히 혐오 범죄 전체 건수는 8.9% 감소했지만, 성적 지향에 따른 혐오 범죄는 2023년에만 4.1% 증가한 점을 주목해볼만 하다. 캘리포니아주 민권부 전략기획 부국장인 베키 먼로(Becky Monroe)는 “실제 혐오범죄 건수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들이 신고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특히 성적 지향에 따른 혐오범죄는 흑인과 아시안 등 유색인종도 예외가 아니다. 트랜스젠더 전략 센터(Transgender Strategy Center)에 따르면, LGBTQ 관련 사망 건수 중 평균 40% 이상이 유색인종 트랜스젠더 여성과 관련돼 있다. 2023년 인권 캠페인(Human Rights Campaign)에 따르면, 미국 내 32명의 트랜스젠더 폭행 사망사건 희생자 중 84%가 유색 인종이었으며, 그중 절반이 흑인 트랜스젠더 여성이었다. 또한 2023년 피살된 트랜스젠더 희생자 중 약 36%가 파트너, 친구 또는 가족 구성원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또한 희생자의 78%는 총기로 인해 사망했다.
유색인종이라는 설움에 서류미비(undocumented)라는 이민신분 문제까지 겹치면, 증오범죄에 더욱 취약한 존재가 된다. LA 세인트 존스 커뮤니티 헬스 클리닉(St. Johns Community Health Legal Services Department) 변호사인 앤디 루이즈(Andy Ruiz)는 “혐오 범죄의 주된 타켓은 LGBTQ+와 서류미비자”라며 “이민 신분 문제 때문에, 혐오 범죄를 당한 피해자들이 경찰 신고를 꺼린다는 점을 목격했다”고 설명한다.
루이즈 변호사에 따르면, 증오범죄를 당한 개인들은 경찰에 신고하지만, 경찰이 신고를 받지 않고 돌려보내는 사례가 있다. 이러한 사례들이 계속되면, 피해자들은 신체적 공격을 받아도 다시 경찰에 연락하는 것을 주저하게 된다.
한인사회에서 동성애 및 트랜스젠더는 민감한 문제다. 그러나 LGBTQ+에 대한 찬반을 떠나, 이들에 대한 혐오로 범죄가 저질러지는 현상(혐오범죄)는 막아야 한다. 혐오범죄는 근본적으로 사회의 소수자에 대한 탄압이며, 한인들 역사 미국사회에서는 아직 취약한 소수자이기 때문이다. 소수자들의 연대만이 거대한 증오범죄를 막을수 있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