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 인종 격차는 이민자들 오기 이전부터 존재
흑인과 라틴계 겨냥, 분열시켜 정복하려는 속셈”
‘이민자들이 흑인들의 직업을 뺏는다’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장은 사실일까?
애틀랜타 저널(AJC)은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가 흑인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 이런 발언을 하고 있다고 분석하면서도 “우리가 인터뷰한 대부분의 흑인 유권자들에게는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고 7일 보도했다.
트럼프 후보는 지난 6월 애틀랜타에서 열린 첫 번째 대선 후보 토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남부 국경을 통해 라틴계 이민자들이 미국에 무제한 들어올 수 있도록 방치했다”고 비판하며 “이러한 불법 이민자들이 흑인의 취업 기회를 빼앗고 있으며, 바이든 또한 그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후보는 공화당 전당대회에서도 유사한 발언을 반복했다. 그는 “수백만 명이 우리나라로 몰려들면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사람은 바로 흑인과 히스패닉계 주민들”이라고 말했다. 남부 국경 문제를 흑인들의 일자리 문제와 연결하려는 시도다.
AJC는 통계를 인용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장이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보도했다. 흑인의 평균 실업률은 2016~2020년 약 8%였다. 2023년 3월에는 5%로 사상 최저치를, 지난 6월에는 6.3%를 기록했다.
연방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흑인 노동인구의 실업률은 다른 인종보다 높다. 그러나 실업의 원인이 라틴계 이민자들과의 경쟁 때문인지, 제도적 인종차별과 백인 근로자보다 교육 기회가 적기 때문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아프로-라틴계’ 커뮤니티를 대표하는 조엘 알바라도 씨는 “두 그룹 사이에 많은 연대(solidarity)가 있다고 믿는다. 제로섬 게임일 필요는 없다”며 “(트럼프의 주장은) 여러 세대를 걸쳐 사용돼 온 분열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퓨리서치센터가 2020년 실시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미국에서 약 600만 명이 자신이 ‘아프로 라틴계’(Afro-Latin)라고 답했다.
알바라도 씨는 이어서 흑인과 백인 간의 임금 격차, 주택 소유 비율 차이 등의 문제는 이민자들이 오기 전부터 존재했다며 이민자를 비난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 알바라도 씨는 트럼프가 말하는 ‘흑인 일자리’는 농업 기반의, 노동 집약적 일자리를 지칭하는 것으로 “역사적으로 이것은 흑인의 이야기”라며 노예제도를 언급했다.
안드라 길레스피 에모리대학 정치학 교수도 흑인과 라틴계 커뮤니티를 서로 대립시키려는 의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흑인들은 보상이 없어도 다른 인종그룹과 연대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 집단은 여러분의 경쟁자’라고 말하는 것을 인종차별이라고 생각하는 흑인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