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권법안은 이민 아닌 가족에 관한 법…
자신의 출생국과 친해지는 문화활동도 중요”
시민권 취득 절차를 제때 밟지 못한 외국 태생 입양인을 구제하기 위한 입양인 시민권법안(Adoptee Citizenship Act)이 지난 6월 연방 의회에서 발의됐다. 24년 전 의회는 아동 시민권법(Childhood Citizenship Act) 제정을 통해 만 18세 미만 입양아에게만 시민권을 부여하면서 1983년 2월 27일 이전에 태어난 성인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렇게 법적 사각지대에 남겨진 이들은 약 4만 9000명.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는 이중 절반 가량을 한인으로 추정한다.
조지아한인입양인협회(KAAG) 100여명의 회원 중 창립 멤버인 아만다 아살론 조 씨는 법안이 처음 발의된 2015년부터 통과를 위해 활동해 왔다. 그는 입양인정의연맹(A4J), 입양인 시민권법연합(AAC)에서 정책 분야를 담당하고 있으며, 한미 입양가족 네트워크(KAAN)의 컨퍼런스 공동 의장을 맡고 있다.
최근 도라빌 시의 한 카페에서 만난 조 활동가는 ACA에 대해 “본국 정부와 입양국 기관의 과오로 인한 불의를 이제라도 바로잡는 법”이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그는 “입양‘아’가 아닌 성인 입양인은 모두가 잊고 싶어하는 존재”라며 “대규모 해외 입양이 추진됐을 때 누군가는 우리가 잘 커가고 있는지 확인했어야 했지만 아무도 그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수 만명의 입양인이 자신이 비시민권자인지도 모른 채 성인이 됐다.
적잖은 입양인이 부모로부터 학대받거나 방치된 것이 시민권을 제때 취득하지 못한 주된 이유다. 또 일부 부모는 “친자녀와 입양자녀는 동일한 법적 권리와 지위를 누린다”는 입양 대원칙에 따라 입양인이 미국 이주 당시 자동으로 시민권을 부여받았다고 잘못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AAC 조사에 따르면 입양시 영주권 비자를 발급받은 이들은 2008년 이후 헤이그국제아동입양협약을 비준한 국가 출신 입양아들이며, 임시 체류 비자로 입양된 이들이 적지 않다. 한국 정부는 아직 헤이그협약을 비준하지 않았으며 관련 법이 시행되는 내년 비준할 계획이다.
그 결과 2020년 기준 비시민권자 입양인 50명이 추방당했다. 조지아 어거스타에 살았던 에티오피아 입양인 마이크 데이비스도 그런 사례다. 조 활동가는 “출생국으로 강제 추방된 입양인은 언어도, 문화도 모르고 아는 사람도 없는 나라로 강제 이주해야 한다”며 “물론 우리는 미국 입양을 스스로 결정하지 않았지만 내 나라는 미국”이라고 강조했다. 1978년생인 그 역시 성장기 시절 부모가 시민권 취득 절차를 밟지 않았다면 역시 추방 위험을 안고 살았을 것이다. 생후 3개월만에 서울에서 오클라호마주 털사로 입양된 그는 기관 서류상 고아였지만 친부모가 살아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됐다. 2019년 친가족을 재회한 뒤 자신이 여섯째 딸임을 확인했지만 대화가 어려운 한국 가족이 다소 생경한 느낌이었던 것을 기억한다. 생모는 지난 4월 세상을 떠났다.
시민권은 일자리를 구하고, 사회보장 혜택을 받고 자유롭게 해외를 드나들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입양인의 ‘기본권’이다. 그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이민정책을 둘러싼 찬반 양론이 대립하고 있지만 이 법은 이민법이 아니다. 이것은 고향과 가족에 관한 초당파적 법”이라고 지적했다. 법 제정 전까지 시민권 문제로 경제활동이 어려운 이들을 위해 입양인정의연맹은 올해 3만 달러를 모을 계획이다.
입양인 정의를 회복하기 위해선 법적 구제 외에 ‘출생국과 친해지는’ 문화활동도 중요하다. 1970~1990년대 한인 입양인은 대개 미국 교외 지역 백인-기독교 가정에 입양됐다. 평생 아시아권 국가를 방문해본 경험이 없는 양부모가 대부분이다. 당시 입양기관은 적극적으로 아이들을 ‘백인화’ 시키면 이들은 백인으로 커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일부 부모는 자녀가 아시안 정체성을 탐구하는 것을 가로막았다. 국내 50% 이상의 아시아계 인구가 같은 인종과의 결혼을 선택하지만 현재 조지아한인협회 내 아시안간 결혼 가정은 5% 가량이다.
이들은 입양인 친목 모임을 통해 처음 한국을 배운다. 조 활동가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사회적 거리두기로 고립감을 느낀 입양인들이 커뮤니티의 필요성을 절감하며 처음 단체 문을 두드린 경우가 많았다”며 “2017년부터 연례 KAAN 컨퍼런스를 참가하고 있지만 올해 처음 참석자 350명 이상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2016년까지 한 자녀 정책을 고수한 중국 출신 입양아들도 한인 입양 커뮤니티를 종종 찾는다.
내년 컨퍼런스는 남부 도시 최초로 애틀랜타에서 개최되는데 450명 이상이 참석할 것으로 기대된다. 2018년 시작된 조지아한인입양인협회도 매년 10월 추석과 11월 추수감사절을 기념하는 식사 모임을 마련한 것을 기점으로 정신건강 워크숍 등을 지원한다.
장채원 기자 jang.chaewon@korea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