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를 팬데믹 충격에서 벗어나게 한 소비지출이 최근 심상치 않다.
통계상으로는 아직 줄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지만, 업계에서 피부로 느끼는 지출 수준은 확실히 이전만 못 하다.
저소득층은 벌써 씀씀이가 줄었고 여행, 레저, 외식업계 등에서도 장사가 안된다며 아우성이다.
뉴욕타임스(NYT)는 7일 미국 고용시장이 눈에 띄게 둔화했지만 소비지출은 아직 줄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시장 둔화가 가속한다면 지출 상황도 달라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소비지출 감소는 저소득층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고물가와 고금리의 이중고에 시달리는 저소득층은 재정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신용카드 연체율이 증가하고 있으며 가계 부채도 급증했다. 팬데믹 시대에 늘려놓았던 저축은 감소했다.
지난 6월 미국 국민의 세후 소득 저축률은 3.4%로 작년 동월의 4.8%에 비해 뚝 떨어졌다.
레저업계에서도 이상징후가 나타났다. 디즈니는 이날 실적을 발표하면서 매출의 핵심인 테마파크 분야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수요 감소’가 있었다고 밝혔다.
디즈니 팬들은 동물 인형이나 장난감 등을 잘 사지 않았다. 테마파크와 기타 소매점의 제품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5% 감소했다.
소매업체와 패스트푸드 체인점 등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아마존의 브라이언 올사브스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주 기자들과의 통화에서 “소비자들이 신중해졌다. 싼 상품만 찾고 있다”고 말했다.
맥도날드의 크리스 켐프친스키 최고 경영자(CEO)도 “일부 저소득층 소비자들이 매장을 찾지 않은 채 집에서 식사를 하는 등 생활비를 줄일 방법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맥도날드는 최근 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전 세계 동일 매장 매출이 1% 감소했다고 밝혔다. 소비자들을 다시 끌어들이기 위해 5달러짜리 메뉴를 개발해 내놓았다.
타코벨도 3달러 미만 메뉴를 여러 개 제공하고 있으며, 버거킹은 ‘유어 웨이 밀’을 5달러에 판매하고 있다.
백화점업체 메이시스의 토니 스프링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5월 실적발표에서 “소비자들은 압박받고 있으며, 상품을 꼼꼼히 고르고, 일부 상품만 구입한다”고 설명했다.
포터리반 브랜드를 보유한 고급 소매업체 윌리엄스 소노마도 소비자들이 대형 가구를 덜 구매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행도 줄고 있다. 항공사들은 예년보다 가을 여행 수요가 줄어들 것에 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