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법적 이민자 투표 위축 우려
조지아주 전역 투표소에 미국 시민권자만 투표할 수 있음을 주지시키는 경고 포스터가 붙는다.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주 선거관리위원회가 ‘비시민권자 불법투표’ 의혹을 제기해온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근거없는 주장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조지아 선관위는 7일 ‘미국 시민만’(US Citizens Only) 투표할 수 있다는 포스터(사진) 시안을 공개하고 159개 카운티 모두에 이를 게시하도록 권장하는 선거관리법 개정안을 찬성 3표 반대 1표로 가결했다. 이는 브래드 라펜스퍼거 주 국무장관이 지난달 비시민권자의 불법 유권자 등록 여부를 가리기 위해 대대적인 감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힌 후 나온 조치다. 이미 2022년 감사에서 비시민 투표자가 0명이라는 결과가 나왔지만 주 국무부는 또다시 비시민 유권자의 존재를 문제삼고 나섰다.
이번 개정안은 공화당이 단독 통과시켰다. 재니스 존스턴 선관위원(공화당)은 “사람들이 이해하기 쉬운 시각물을 통해 비시민권자가 무심코 선거법을 위반하지 않도록 돕는 것”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비시민권자의 유권자 등록 또는 투표 행위를 사후 처벌하는 것보다 사전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2020년 대선 패배 후 서류미비 이민자들의 불법 투표 의혹을 제기한 뒤 공화당 우세의 조지아 의회와 주정부는 수차례 유권자의 시민권 증빙을 강화하는 조치를 도입했다.
민주당 진영과 유권자 권익단체는 즉각 새 규정에 반발하고 나섰다. 유일한 민주당 소속 위원인 사라 틴달 가잘은 “비시민권자가 추방 위험을 무릅쓰고 대통령을 뽑을 것이라는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며 “새로운 투표소 경고문은 잘못된 주장을 더욱 강화할뿐”이라고 지적했다.
합법적으로 시민권을 획득한 이민자 출신의 유권자가 경고문으로 심리적 위축될 경우 투표권 행사를 포기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시민감시단체인 아메리칸 오버사이트는 “새 경고문은 이민자의 합법적 투표에 찬물을 끼얹는 효과를 낼 것”이라며 “반이민 정서를 자극할 뿐만 아니라 선거 신뢰성도 해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장채원 기자 jang.chaewon@korea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