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언론 사칭, 성소수자 정책 등 비판
AI 프로그램으로 표절·조작한 기사 게재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이란이 조지아주에서 언론사를 가장한 웹사이트를 만들어 비밀공작을 벌였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 사이트는 보수층 선거 여론을 부추기기 위해 성소수자 인권 문제를 자극적인 ‘미끼’로 활용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위협분석센터(MTAC)는 지난 9일 ‘2024년 미국 대선에 침투하기 위한 이란의 사이버 영향력 작전’이란 보고서를 통해 “보수적 성향의 언론사로 자칭한 사바나 타임(Savannah Time) 웹사이트가 이란 정부기관이 운영하는 가짜뉴스 사이트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란 정부는 니오씽커 등 최소 4개의 뉴스 사이트를 전국적으로 운영했는데, 사바나 타임은 특히 극우 세력을 위한 맞춤형 매체로 운영됐다. 이란은 자국 이익에 불리한 공화당의 패배를 바라는 상황이지만 정치적 목적과 무관하게 다양한 정치 성향의 매체를 광범위하게 운영하는 것이 향후 여론 조작에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해킹을 통해 불법적으로 확보한 정보를 유출할 여러 통로를 마련하려는 것도 이유 중 하나라고 MTAC측은 밝혔다.
사바나 타임은 “활기찬 도시 사바나에서 신뢰할 수 있는 보수적 뉴스 매체”라고 밝히며 보수 진영 정서를 효과적으로 자극하는 성소수자 뉴스를 집중적으로 게재했다. 또 보수 성향 매체 데일리와이어의 슬로건을 도용해 소개문구를 적었으며, 유명 보수 논객인 마이클 바론과의 인터뷰를 연속해 싣기도 했다. 특정 성향 유권자의 관심을 끌어들여 매체의 선거보도에 대한 영향력을 높이기 위함이다. 하지만 게재된 기사는 모두 인공지능(AI) 기반 프로그램을 통해 타사 콘텐츠를 표절하거나 조작한 것에 불과하며, 콘텐츠 조회수를 조작한 정황도 드러났다고 MTAC은 밝혔다.
가짜뉴스 추적 단체인 뉴스가드의 지난 6월 발표에 따르면 최소 1265개의 웹사이트가 정치적 이익을 달성하기 위해 지역뉴스를 사칭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미 전국 일간지의 개수인 1213개를 넘어서는 숫자다. 가짜뉴스가 언론사의 보도량을 넘어 더 빠르게 양산되고 있는 셈이다. 클린트 왓츠 MTAC 센터장은 “러시아가 자국 이해관계에 부합하는 정당 후보 당선을 위해 선전전을 벌인다면, 이란은 선거 자체를 방해하려는 것이 특징”이라며 “유권자 사이 혼란과 분열을 조장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전했다.
장채원 기자 jang.chaewon@korea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