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R 집단소송 합의 따른 조치
MLS에 수수료 게재할 수 없어
바이어 추가 비용 늘어날 수도
전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의 부동산 거래 중개수수료 관련 규정 변경이 오는 17일부터 시행되면서 주택매매 관행에 큰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NAR은 지난 3월 4억1800만 달러를 지불하고, 업계가 필요 이상의 중개인 수수료를 내도록 공모했다는 집단 소송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부동산 매매에서 변경되는 주요 사항은 멀티 리스팅 서비스(MLS)에서 커미션 등 보상 제안 금지와 바이어 에이전트 계약서(BRBC) 작성 요구다. MLS상에 수수료를 명시할 수 없지만, MLS 외에선 협상이 가능하다. 또 셀러처럼 바이어도 주택 투어 전에 주택 매매를 위한 계약서를 작성해야 한다. 바이어와 에이전트가 정액 수수료, 매수 가격의 특정 비율 등 수수료 지급에 동의하는 것이다.
한인부동산업계는 이번 규정 변경으로 수수료 지급 투명성이 향상되며 거래 협상이 쉬워지고 커미션이 줄 것으로 예상했다. 또 바이어에게 추가 비용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LA의 마크 홍 남가주한인부동산협회 회장은 “규정이 바뀌어도 셀러가 최고가의 오퍼를 받고 싶으면 바이어 측에 수수료를 제안할 수 있다”며 “이전 수수료 협상이 가능한 것처럼 시장 상황에 따라 협상 방법도 바뀔 수 있다”고 설명했다.
▶셀러 측 변화= 통상 셀러는 셀러와 바이어 양측 에이전트에게 커미션을 지불해야 했다. 셀러 에이전트는 MLS에 주택 매물을 올리며 수수료도 명시했다. 이제 셀러가 바이어 에이전트 수수료를 지불하지 않기로 결정됐다. 이에 따라 앞으로 셀러는 중개 수수료를 절약할 수 있다.
▶바이어 측 변화= 기존 바이어는 수수료가 미리 정해진 가운데 협상력이 약했다. 소비자단체들은 이제 바이어가 에이전트에게 주는 수수료가 포함된 계약서에 서명하면서 협상력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바이어가 궁극적으로 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전에는 셀러가 주택을 판매한 비용으로 바이어 에이전트에게 수수료를 지불했다. 호가를 집값보다 더 부르는 이유 중 하나다. 사실 이 수수료는 주택 가격에 포함돼 결국 바이어가 모기지를 통해 다시 부담해야 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바이어가 집 구매 시부터 중개 수수료를 부담하는 만큼 집값이 소폭 내릴 수 있고 직접 자신의 에이전트에게 수수료를 협상할 수 있어 유능한 에이전트를 선별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한 한인 부동산 브로커는 “바이어가 직접 수수료를 지급해 쇼잉 매물 투명성이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바이어가 수수료 지불로 인해 추가 비용 부담을 져야 한다는 건 단점이다.
▶거래에 미치는 영향= 셀러 측은 수수료 비용이 줄어들면 호가를 낮출 수 있다. 또 이로 인해 리스팅 매물이 늘어날 가능성도 높다. 장기적으로 주택 가격이 소폭 하락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지만,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셀러가 주도하는 시장(Seller’s market)에서는 셀러의 수수료가 준다고 리스팅 가격을 당장 낮출지는 확신하기 어렵다. 반대로 바이어가 주도하는 시장(Buyer’s market)의 경우, 셀러가 최고가의 오퍼를 받으려고 바이어 에이전트의 수수료 일부 또는 전부를 지불할 수도 있다. 바이어가 수수료를 내지 않으면 더 높은 주택가격으로 오퍼를 제시할 수 있다는 기대 심리가 있어서다. 바이어가 수수료 지급을 피해 리스팅 에이전트에게 듀얼 에이전트를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