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필품 미국보다 더 저렴 룩셈브르크 등 유럽 인기
#. 69세 S씨는 미국에서 은퇴 후 높은 집값, 의료비를 감당하기 힘들어 헝가리로 이주를 결정했다. 그는 가까운 시장에서 저렴하게 구할 수 있는 신선한 제철 농산물을 먹으며 여유로운 삶을 즐기고 있다고 한다.
#. 67세 A씨는 은퇴 생활을 위해서 미국보다 생활비가 저렴한 스페인으로 이주했다. 스페인을 거점으로 유럽을 여행하고 있다. 언어가 통하지 않아 복잡한 행정절차와 병원을 갈 때마다 어려움이 있지만 대체로 생활에 만족하고 있다.
폭등하는 물가로 인해 은퇴자들의 국내 생활 여건이 악화되면서 해외로 눈을 돌리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늘고 있다.
최근 사회보장국(SSA) 자료에 따르면, 2000년 40만 명이었던 해외 거주 연금 수급자는 2022년 현재 70만 명을 넘어섰다. 이들은 주로 주거, 의료, 식료품 등 생활비가 저렴한 국가로 옮겨서 새로운 노후를 보내고 있다.
특히, 유럽은 비교적 저렴한 주택 가격과 생활비 덕에 인기 있는 은퇴 이주 지역으로 꼽혔다. 룩셈부르크(9.1%)를 비롯해 독일(8.4%), 핀란드(5.6%), 스웨덴(5.3%) 등 주요 유럽 국가들의 주택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했고 같은 돈이면 미국보다 훨씬 안락하고 편안한 삶을 꾸릴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식료품 등 대부분의 생활필수품 가격이 미국보다 낮은 것도 일조하고 있다. 최근 CBS의 조사에서, 빵 한 개(500g) 가격을 나라별로 살펴보면 스페인 1.87달러, 포르투갈 1.55달러, 이탈리아 1.83달러, 헝가리 1.52달러 등 2달러가 넘지 않았다. 미국은 2.23달러이며 가격이 가장 비싼 LA는 4.03달러나 됐다.
일부 유럽 국가들은 대중교통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서 자동차가 없어도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는 점도 매력적이다. 또 65세 이상 시니어는 대중교통을 무료로 이용할 수도 있다. 건강 문제로 자동차 운전이 쉽지 않은 시니어에게는 대중교통 시스템은 큰 장점이다.
물론 단점도 있다. 이주 시 재산 증명, 은퇴 비자 발급 등 복잡한 행정 절차를 거쳐야 한다. 현지 언어를 능숙하게 구사하지 못하면 일상생활에서 불편을 겪을 수도 있다. 특히, 의료 서비스 이용 시 언어 장벽으로 인해 어려움이 크다고 한다. 가족과 멀리 떨어져 지내야 하는 것도 힘든 점이다.
전문가들은 해외로 은퇴를 계획하는 시니어들에게 재정적, 법적 준비를 철저히 하라고 조언했다.
민디 유 배터먼트 투자 담당 이사는 “섣부르게 해외 은퇴를 결정해서는 안 된다”라며 “충분한 준비 없이 떠났다가는 예상치 못한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미국과 새로운 거주국 양쪽 다 납세의 의무가 발생하고 비자 발급 조건, 외국인의 부동산 구매 제약 등이 있을 수 있어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LA지사 정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