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간판 앵커 “미셸 연설 역대급 강력”…일부 대의원 눈물 보이기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부인 미셸 오바마가 미국 진보 진영의 ‘아성’ 시카고에서 열리고 있는 민주당 전당대회를 뜨겁게 달궜다.
민주당의 가장 인기 있는 ‘자산’인 오바마 부부는 전당대회 이틀째인 20일 무대에 올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대선 승리를 향해 힘을 합치자며 단합과 희망을 강조한 메시지로 당원들을 열광시켰다.
길게 땋은 머리에 여전사를 연상시키는 모습으로 연단에 등장한 미셸 여사는 대선에서 이기기 위해 “무엇인가를 하자”(Do something)고 외쳤고, 유나이티드센터를 가득 채운 대의원들은 이 구호를 힘껏 따라 외치며 승리를 다짐했다.
그는 절망 속에서 희망을 찾는다는 맥락의 연설에서 미국에 “희망이 돌아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일부 대의원들은 감정이 북받친 듯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미셸 여사는 또한 이번 선거가 국가에 “우리를 삼켜버린 두려움, 분열, 증오의 악마를 물리칠 기회”를 준다면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미셸 오바마 전 대통령 부인이 남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소개한 뒤 맞이하고 있다. 로이터
오바마 전 대통령도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시카고에서 민주당을 대표하는 연설가답게 대의원들을 격동시켰다.
부인의 뒤를 이어 마이크를 잡은 그는 해리스 부통령을 두고 “맞다, 그녀는 할 수 있다”(Yes, she can)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16년 전 오바마 전 대통령이 선거 구호로 사용한 ‘우리는 할 수 있다'(Yes, we can)에서 ‘우리’를 ‘그녀’로 바꾼 이 발언에 대의원들은 환호성과 함께 복창하며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또 “우리는 혼란과 증오의 시대에 살고 있다. 하지만 그 모든 잡음에서 벗어나 우리를 하나로 결속시켜주는 유대감은 여전히 남아있다”며 하나가 돼 싸우자고 강조했다.
시카고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둘째날 무대에서 연설하고 있는 오바마 전 대통령. 로이터
이날 행사의 하이라이트인 오바마 부부의 등장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후보 사퇴를 둘러싸고 한때 분열됐던 민주당이 다시 한 팀으로 뭉치고 전투력을 끌어올리기에 충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워싱턴포스트(WP)는 “오바마 부부가 날카로운 언변으로 민주당원들을 열광시키며 통합과 행동을 촉구했다”고 전했다.
특히 미셸 여사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설이 호평받았다. CNN의 간판 앵커인 앤더슨 쿠퍼는 이날 방송에서 미셸 여사의 연설을 두고 “내가 들어본 것 중 가장 효과적이고 강력한 정치적 연설이었다. 상당히 놀라웠다”고 말했다고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도 “그녀의 남편은 당내 최고의 연설가 중 한 명으로 여겨지지만, 오바마 여사도 자신만의 수사적 재능이 있다. 전당대회에서 그녀처럼 유나이티드 센터에 모인 수천 명의 청중과 소통할 수 있었던 연사는 거의 없었다”고 칭찬했다.
시카고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둘째 날 행사에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
한편 이날 전당대회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여러 연사로부터 십자포화급 비판을 받았다.
특히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반유대주의적 관념을 선동한다고 정조준했다.
유대인인 그는 “미국 역사상 최고위 유대인 선출직 공직자로서 저는 제 손자, 그리고 모든 손자가 자신이 누구라는 이유로 차별받지 않길 바란다”며 “하지만 트럼프는 반유대주의적 고정관념을 퍼뜨리는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