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네디가 “가문의 가치를 배반한 짓” 일제히 비판 목소리
미국의 정치 명문가 케네디 가문 출신 로버트 F.케네디 주니어가 11월 대선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를 공식 선언한 것을 두고 가족들의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케네디 주니어의 동생인 맥스 케네디는 25일 지역 일간지 LA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유권자들에게 “내 형 바비(케네디 주니어의 별칭)를 무시하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민주당을 지지해달라”며 “이것이 우리 아버지의 명예를 가장 지키는 일”이라고 호소했다.
맥스와 케네디 주니어는 1963년 총격 피살된 존 F.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조카이자, 1968년 역시 총격에 목숨을 잃은 로버트 F.케네디 전 상원의원의 아들들이다.
케네디 가문은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해 온 정치 가문이다.
케네디 주니어의 아홉째 동생으로 작가이자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맥스는 이날 기고문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아버지가 생전에 지키고자 했던 모든 가치에 반하는 ‘적’이라면서 케네디 주니어가 “우리 가족의 가치와 어떠한 접점도 보여주지 않는 트럼프에게 충성을 맹세한 것은 나에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더 나아가 형의 트럼프 지지는 ‘권력만을 좇은 추악한 선택’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맥스는 케네디 주니어가 앞서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측에 접근해 지지를 선언하는 대가로 장관직을 요구했다가 거부당했던 사실을 지적하며 그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도 같은 거래를 제안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의 제안은 권력을 붙잡으려는 공허한 시도”라면서 “이는 우리 아버지가 동경했던 ‘미국에 존재하는 이타적인 영혼’이라는 가치의 정 반대”라고 비판했다.
맥스는 인종차별에 반대하며 합법적 이민 확대, 총기 규제 등을 지지했던 자기 아버지의 생전 행보가 트럼프 전 대통령과 정면으로 대치된다면서 아버지의 이름을 그대로 물려받은 케네디 주니어가 트럼프를 지지한 것은 더욱 비극적인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나는 바비를 사랑한다. 하지만 그가 우리나라에 저지르고 있는 일을 혐오한다”면서 “이는 실망보다도 더 심각하다. 우리는 애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가족 대부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선에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케네디 주니어는 지난 23일 선거운동을 중단하고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를 선언했다.
이에 케네디 주니어의 누나 캐슬린을 비롯한 다섯 남매는 같은 날 공동 성명을 내고 케네디 주니어의 트럼프 지지는 “가문의 가치를 배반한 일”이라고 비판하며 자신들은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4월 케네디 주니어가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도 가족 대부분은 이를 “의미 없는 일”이라고 깎아내렸으며 재선에 도전한 조 바이든 대통령 지지 의사를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