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을 하러 간 체육관에서 이웃에 사시는 분을 만나 감동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외국 선교활동에 많이 참석하시는 분인데, 많은 사람들을 만난 경험에서 얻어진 듯한 그분의 사람들을 대하는 지혜로운 방법이 너무 인상적이다:
사람은 저마다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지음 받았다. 각자는 모두 다르다. 다른 사람들을 만나면, 나와 다른 점도 있고 같은 점도 있다. 공감을 얻으려면 같은 점을 찾도록 노력한다. 나와 전혀 다른 사람, 나의 원수라도 먼저 그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이해하려면 그의 편에 서서 생각한다.
자신과 반대편에 선 사람, 원수로 만난 사람도, 그가 그런 사람이 되기까지의 원인을 인정하고, 다른 점을 설득하거나 이기려고 하기에 앞서, 있는 그대로를 이해하려고 한다는 말이 마음속 종을 치듯이 참신하게 들렸다.
나의 이웃을 용서하고 그리고 사랑하는 단계, 평안한 단계로 성숙하려면,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단계, 수용의 단계를 거쳐야 된다는 데이비드 호킨스의 책을 읽고, 내가 만나는 사람들도 있는 그대로를 먼저 이해하려 노력해 볼까 하는 과정이라서 그 말씀이 더 어필했다.
전화벨이 울려, 전화기 스크린을 보니 교회 탁구부에서 열심히 봉사하시는 분이다. 그분 부부는 은퇴하고 애틀랜타로 와서 교회탁구부에서 열심히 탁구를 배우고, 탁구 시작 30분 전에 와서 창고에서 남자는 탁구대를 끌어내다가 설치하고 부인은 탁구대 마다 공들을 준비해 놓아 사람들이 오면 제시간에 탁구를 칠 수 있도록 준비하고 봉사하는 분이다.
탁구장에서 불미한 일들이 일어나서 나와 이야기를 나누자고 전화했다고 한다. 탁구머신이 탁구를 배우는 초보자들에게 인기있어 여러 명의 초보자들 간에 먼전 그리고 더 많이 사용하려고 싸움이 벌어진다고 한다. 한 젊은 여자분과 나이든 분간에 싸움이 일어났는데, 젊은 분이 쌍 욕을 해서 나이든 분이 상처받았다고 했다.
“쌍 욕을 한 분을 만나 이야기를 해 볼까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가 전화로 내게 물었다. ‘탁구장의 자원 봉사자들’이라는 글을 최근에 내가 썼기 때문에 그가 나의 의견을 물었을 것이다. 그분은 한국에서 오랫동안 교사를 하신 분이다.
문득, 원수라도 그의 입장에 서서 생각해본다는 말이 생각났다. 탁구장에서 싸운 젊은 분의 입장에 선다면 충고나 비난을 들어야 할 사람은 자기와 싸운 나이 많은 분일지 모른다. 탁구부 간부도 아닌 내가 나선다면 “당신이 뭔 데 여자들 다툼에서 한쪽 편 이야기만 듣고 내게 이래라저래라 해요? 당신 눈에 대들보는 안보여요? 너나 잘하세요! 나이 많으면 나잇값을 해야지!” 그녀의 입장에선 그렇게 생각할 것 같다.
“개별적으로 말해 보시려면 해 보세요. 나는 자신이 없어요.” 전직 교사하신 분에게 그렇게 말했다.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면 거기엔 의견차이와 싸움이 있는 게 정상이라는 이야기, 교회에서 탁구 다음에 하는 피클볼 모임에도 싸움이 있어 쌍욕들이 오가지만, 싸우지 말라고 한들 노인들 버릇 고치기 어렵다는 이야기도 나눴다.
토요일 조지아 몰에 갔다. 예상외로 사람들이 많다. 이지역에 갑자기 사람들이 많아져서 그런지 몇 년 전에 왔을 때보다 사람들이 많다. 백인, 흑인, 갈색인, 황색인, 어린이, 젊은이, 늙은이, 남자들, 여자들. 젊은 연인들은 얼굴 표정에서 사랑이 빛난다. 아기를 안거나 카트에 싣고 가는 사람들, 아들 딸의 손을 잡고 가는 부모들, 남녀가 서로 손을 잡고 가는 사랑하는 사람들, 사람들의 물결이 서로 어깨를 스치며 흐른다.
사람들의 물결이 흐르는 쇼핑몰 안에서, 나는 물결위에 뜬 작은 나뭇잎같이 느껴진다. 내가 불평하든 감사하든, 사람들의 물결은 그대로 아름답게 흘러갈 것이 틀림없다. 아버지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 내게는 큰 슬픔이요 사건이지만, 세상은 변하지 않고 돌아갔듯이 내가 죽어 없어져도 세상은 그대로 잘 돌아갈 것은 분명하다.
잘 돌아가는 세상에서, 나도 더불어 살아가며 거슬리는 일도 그대로 인정하며, 살아있는 순간순간을 소중히 생각하고 감사하며 산다면 더 행복하지 않을까? 라인 홀드 니버의 기도문이 생각난다: 하나님/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는 평온과/바꿀 수 있는 것을 바꾸는 용기를/그리고 그 차이를 분별하는 지혜를 주시옵소서.
탁구부 말싸움 때문에 전화한 분과 며칠 후에 다시 전화 통화를 했다. 탁구부에서 말싸움을 한 젊은이를 만나지 않았어도, 싸움 후에 탁구머신을 쓰는 분들 간에 질서가 잡혀가는 것 같다고 한다.
완전한 사람이 없다는 걸 인정하면 나 자신의 어떤 행동이 어떤 경우엔 누군가에겐 못마땅 할 것이다. 나의 잘못이 세상 물결 속에 씻기고 부닥쳐서 모서리가 달아가듯이, 누구나 모난 구석이 있다면, 그런 과정을 거칠 것이다. 강변 조약돌들이 모두 모서리가 씻겨 반들반들한 것은 오랜 세월 물결에 쓸리고 씻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