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대선에서 맞붙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첫 TV 토론에서 서로 말을 끊는 격렬한 언쟁이나 정제되지 않은 혼잣말을 들을 수는 없을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 통신은 민주당 후보인 해리스 부통령이 ABC방송 주최로 오는 10일 열리는 이번 토론에서 한쪽의 발언 때 반대쪽의 마이크를 꺼두는 진행 방식에 합의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4일 보도했다.
애초 해리스 부통령은 마이크가 항상 작동해 토론 때 모든 발언이 노출되는 방식을 원하다가 입장을 바꿔 트럼프 선거캠프가 선호하는 방식을 받아들였다.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달 31일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트럼프가 마이크를 실시간으로 켜두는 토론을 자신에게 허용하지 않는 참모들에게 굴복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기네 팀도 못 믿는 그를 미국인들이 믿을 수 없다는 건 명백하다”며 “우리는 미국 대통령이 되려고 출마했으니 마이크를 내내 켜두고 투명한 방식으로 토론하자”고 제안했다.
상대 발언 때 마이크를 끄는 방식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돌출행동이 유리하지 않다는 트럼프 선거캠프의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관측된다.
공화당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도 애초 마이크를 항상 켜두는 방식을 선호한다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치른 1차 대선 토론 때 마이크를 번갈아 꺼두는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말한 바 있다.
마이크를 항상 켜두는 ‘핫 마이크'(hot mics) 방식은 토론장에서 내뱉는 모든 발언이 의도와 관계없이 여과 없이 즉각 방송되는 까닭에 유권자들에게는 후보들의 더 자세한 면모를 관찰할 기회가 된다.
이번에 합의된 방식이 당장 어느 후보에 어떻게 득이 될지는 평가하기 어렵지만 일단 상대 발언을 중간에 끊는 등 난잡한 토론을 방지하는 데에는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과거 대선 토론 때 상대의 발언 중에 불쑥 언성을 높이며 끼어들어 상대의 입장 표명이나 논리 전개를 방해하는 전략을 자주 사용해왔다.
이번 토론은 바이든 대통령에게서 바통을 이어받은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첫 맞대결로, 대선 판세의 중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6월 27일 CNN방송 주최로 열린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1차 대선 후보 TV 토론에서 참패한 여파로 후보직에서 물러났다.
토론 때 말을 더듬거나 일관성이 떨어지는 주장을 되풀이하면서 고령 탓에 인지능력이 떨어졌다는 관측 속에 민주당 내 후보 사퇴 압박에 시달리다가 결국 해리스 부통령에게 대권 도전의 바통을 넘겼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