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애틀랜타 총격 사건 사건 이후 증오범죄(Hate Crime)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증오범죄는 인종, 국적, 성별 등을 동기로 벌어지는 범죄를 뜻한다. 그러나 높아진 관심이 증오범죄 처벌 및 피해자 지원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2021년 체로키 카운티 법원이 애틀랜타 총격범 로버트 애런 롱에 대해 종신형을 선고했지만, ‘증오범죄’ 혐의는 적용하지 않은 것이 그 좋은 예이다. 담당 검사는 “여성에 대한 증오범죄로 기소할수 있지만, 특정 인종(아시안) 증오범죄로 기소할수는 없다”고 말해 한인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총격범은 현재 풀턴 카운티에서 증오범죄로 기소되어 재판을 기다리고 있으나 3년째 재판은 지지부진하다.
샌프란시스코에서도 증오범죄 피해자들이 검찰의 소극적인 대응으로 인해 깊은 좌절감을 호소하고 있다. 예를 들어 태국계 이민자 바텐더 쿠니(Kunni)는 근무 중 인종차별적 발언과 함께 페퍼 스프레이 공격을 받았다. 그는 “범인을 증오범죄로 기소해달러”고 요청했으나, 검찰은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 그는 “검사가 내 이야기를 제대로 듣지 않았다. 나는 아직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공황발작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혔다.
비슷한 사례로 2021년 1월 샌프란시스코에서 발생한 비차 라타나팍디(Vicha Ratanapakdee) 사건이 있다. 84세였던 비차는 용의자 안토인 왓슨(Antoine Watson)에게 밀려 사망했다. 왓슨은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됐으나, 증오범죄 혐의는 추가되지 않았다. 비차의 딸인 몬타누스 라타나팍디(Monthanus Ratanapakdee)는 “피해자와 피고인 모두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지만, 제 아버지 사건은 그렇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캘리포니아주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주 전역에서 1,970건의 증오범죄가 신고됐으나, 실제 재판에 회부된 건 단 5건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증오범죄 기소의 어려움과 법 집행에 대한 불신으로 인해 많은 피해자들이 신고를 꺼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샌프란시스코 에린 웨스트(Erin West) 부검사장은 증오범죄 기소는 기소하기 쉽지 않다. 많은 사건에서 증오나 편견이 범행동기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연간 기소된 증오범죄 발생건수에 대한 데이터가 부정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증오범죄 피해자들을 위한 개선된 지원 체계와 신속한 사법 절차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스톱 AAPI 헤이트’의 만주샤 쿨카르니(Manjusha Kulkarni) 변호사는 (1) 정확한 증오범죄 데이터 수집, (2) 경찰의 증오범죄 식별 및 보고 체계 개선, (3) 피해자 치유를 위한 다각적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증오범죄가 발생했을 때 단순히 기소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실제로 혐오가 발생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애틀랜타 총격사건 발생 후 3년이 지났지만, 안전하다고 느끼는 한인들은 많지 않다. 증오범죄를 당했을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요령도 잘 알려지지 않았다. 한마디로 바뀐 것이 별로 없는 것이다. 정부와 경찰은 증오범죄에 대한 올바른 대처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며, 한인사회는 정치권과 정부, 경찰에 증오범죄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을 요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