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7일 존스크릭과 피치트리 코너스에서 ‘해리스를 지지하는 아시안 유권자’ 행사가 열렸다. 100여명의 한인, 중국계, 인도계 이민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존 오소프 상원의원과 영화 ‘쥬라기 공원’으로 유명한 영화배우 BD 웡(BD Wong)이 해리스 민주당 대통령 지지를 호소했다. 앞서 9월 4일에는 귀넷카운티 브래즐턴에서 공화당 트럼프 후보 지지 행사가 열렸다. 한인들도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니만큼 한인 및 아시아계 참석자들도 많았다.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평소 보기힘든 민주, 공화당의 정치인들이 한인과 아시아계 유권자들에게 앞다퉈 한표를 호소하고 있다. 우리들은 잘 모르는 사실이지만, 한인 유권자 표는 생각보다 힘이 세다. “특히 조지아주와 같은 경합주는 더욱 그렇다”고 APIAVote의 크리스틴 첸(Christine Chen) 대표는 지적한다.
그에 따르면, 2020년 조지아주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불과 1만2000표 차이로 승리했다. 당시 조지아주 한인 등 아시안은 14만2000명이 투표했으며, 이중 26%가 생전 처음 투표하는 유권자였다. 계산해보면 약 3만9000명인데, 바이든과 트럼프 표차의 3배에 달하는 유권자 그룹인 것이다.
첫 투표자는 민주, 공화 양당 가운데 지지정당을 결정하지 않은 ‘백지 상태’이다. 따라서 이들 첫 투표자를 자기 쪽으로 끌어들이는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한다는 뜻이다.
미국 대선의 경합주는 조지아 이외에도 펜실베이니아, 네바다, 애리조나, 위스콘신, 미시간, 노스캐롤라이나 등이 꼽히는데, 이곳에 거주하는 한인 등 아시아계 유권자는 175만명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각주 유권자 3~4%에 불과하지만, 이 작은 표들이 대선의 승패를 가르는 결정적 요인이 될수 있다.
민주, 공화 양당이 각종 선거운동과 TV, 신문광고를 쏟아붓고 있지만, 한인들에게 딱히 와닿지 않는다. 2024년 아시아계 미국인 유권자 설문조사(2024 Asian American Voter Survey)에 따르면, AANHPI 유권자의 불과 42% 미만이 양당으로부터 접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양당이 모두 이민 개혁, 교육, 인플레이션과 집값 등 아시아계에게 시급한 경제적 문제에 대해 구체적 공약을 설명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공화당 선거전략가 리나 샤(Rina Shah)는 설명한다.
한인 등 아시아계는 맹목적으로 민주당 후보를 찍는다는 통념도 이제는 버릴 때가 됐다. 샌프란시스코 대학(University of San Francisco)의 제임스 자르사디아즈 교수(Professor James Zarsadiaz)는 아시아계 미국인은 1990년대까지 공화당에 투표했다고 지적한다. 공화당이 ‘전통적 가족 가치’ ‘경제적 성장’ ‘기독교’라는 가치관에 부합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아시아계가 공화당으로 마음을 준 것도 아니다. 진보적 베트남계 단체인 PIVOT회장인 툰 응우옌 박사(Dr. Tung Nguyen)는 “2021년 1월 의사당 난입 사건을 계기로 고령의 베트남계 유권자들이 트럼프에게 등을 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9월 10일 대선후보 토론에서 해리스-바이든 후보는 각종 공약을 내걸었지만, 한인들에게 와닿는 경제, 집값, 이민개혁, 범죄 대처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는 없었다.표는 호소하지만 한인들을 위한 공약은 없는 셈이다. 그러나 우리 한인들의 한표는 힘이 세다. 투표 자격이 있는 한인들은 11월 대선에 관심을 갖고 투표하여, 한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치권에 알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