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급증하면 되레 내집 마련 어려워질 수도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하 행보가 일단 ‘빅컷’으로 시작됐다. 앞으로 이어질 기준금리 인하가 주택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현재의 주택시장은 높은 집값과 만성적인 공급 부족으로 인해 심각한 ‘미스매치’ 상태에 빠져 있다. 현재 주택시장 문제의 핵심은 수요-공급의 불일치에 있다. 집을 사려는 수요는 많은 반면 매물로 나오는 집과 신규 주택은 턱없이 모자란다. 여기에다 2020년 역대 최저 수준의 모기지 금리가 지난해 30여년만의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며 시장을 마비상태로 몰고 갔다.
18일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발표가 있기 전, 부동산 전문가들은 2개의 시나리오를 가정했다.
첫째 시나리오는 연준이 기준금리 인하 행진을 완만하게 끌고 갈 것이라는 시그널을 준다면 팬데믹 이전 3% 안팎의 낮은 모기지 금리를 누리고 있는 주택 소유주들이 집을 팔도록 유인하는 효과가 떨어지고, 매물 공급도 크게 늘지 않을 것이다. 특히 현재와 같이 집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연준이 공격적으로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확신을 준다면 단기간에 주택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가정이다. 연준이 빅컷을 통해 공격적으로 기준금리 인하에 나선다면 기존주택 매물이 늘어나고, 그에 따라 집값 상승세도 꺾일 수 있다. 내집 마련 비용이 하락하면 임대시장 수요가 줄어들 것이고, 천정부지로 오른 렌트비도 떨어뜨리는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기준금리 인하로 인한 최상의 주택시장 시나리오다.
연준이 직접 주택 공급을 늘리는 것은 아니지만 기준금리를 낮춤으로써 모기지 금리 하락을 간접적으로 유도한다. 모기지 금리가 하락하면 주택 소유주들이 집을 팔고 이사하려는 동기가 커진다. 모기지 금리는 이미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을 반영, 지난 8월초 6.7%에서 지난주 6.2%로 내렸다. 이로 인해 잠재적인 바이어들은 지난해 7.8%까지 치솟았던 모기지 금리 수준에 비해 월 페이먼트를 수백달러씩 절약할 수 있게 됐다.
연준의 방향 전환은 향후 몇개월에 걸쳐 주택시장에 누적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다만, 공급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고서는 내집 마련을 더욱 더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 모기지 금리는 양날의 칼과 같기 때문이다.
금융정보업체 뱅크레이트의 수석 애널리스트인 그레그 맥브라이드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가 향후 주택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면밀히 지켜봐야 한다”는 조심스런 견해를 밝혔다. 모기지 금리가 더 떨어져 주택 수요가 급증할 경우 오히려 내 집 마련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주택시장 외에도 연준의 이번 ‘빅컷’은 다양한 분야에서 소비자들에게 혜택을 준다. 당장 소비자들의 카드 빚 이자부담, 자영업자의 변동금리 대출이 직접적인 혜택을 본다. 현재 평균 20.78%에 달하는 신용카드 이자율이 소폭 낮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자동차 론의 경우 5년 거치 3만5000달러의 대출을 받는다고 가정하고, 이자율이 0.5% 내린다면 월 8달러 정도 절약된다. 홈 에퀴티 라인 오브 크레딧(HELOC)으로 5만달러의 대출을 받을 경우 이자가 매월 20~21달러 줄어든 다. 변동금리 모기지의 경우 대출 조건에 따라 금리인하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
김지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