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평화의 소녀상 철거 시한을 일주일여 앞두고 지역 의회가 소녀상 존치를 요구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베를린 미테구 의회는 19일(현지시간) 소녀상 영구 존치를 보장하고 이를 위해 베를린시 당국과 협의에 나서라고 미테구청에 촉구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27표, 반대 15표, 기권 7표로 가결했다.
구의회는 소녀상을 현재 위치에 영구적 기념비로 보전해달라는 미테구 주민들 청원도 찬성 27표, 반대 16표를 얻어 채택됐다.
녹색당·좌파당·사회민주당(SPD) 소속 구의원들은 카이 베그너 베를린 시장이 소녀상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철거를 시사한 뒤인 지난 6월 결의안을 발의했다.
미테구 의회는 2020년 9월 소녀상이 설치된 이후 여러 차례에 걸쳐 존치 결의안을 채택했으나 구청의 행정 절차에 구속력은 없다.
오는 28일을 철거 시한으로 못 박은 미테구청은 소녀상을 사유지로 옮기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미테구 의회 회의가 열리는 미테구청 앞에서 집회하는 시민들. 코리아협의회 제공
슈테파니 렘링거 구청장은 구의회에 출석해 “해결책을 찾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타협에 이르지 못하면 (소녀상을 설치한) 코리아협의회에 철거통지서를 보낼 것”이라며 “원한다면 미테구 내 사유지에 대체 장소를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렘링거 구청장은 “결론적으로 나도 소녀상을 보전하고 싶다. 쉽게 접근 가능한 사유지라면 가능하다”며 다음 주 코리아협의회와 만나 이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는 한국과 일본 양측의 정치적 압력을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우호·친선 목적이 아닌 외국 사절단의 방문은 받지 않겠다고 베를린시와 연방 외무부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등 야당 의원 5명은 지난 6일 렘링거 구청장을 찾아가 소녀상 존치를 요구한 바 있다.
코리아협의회는 렘링거 구청장의 제안에 대해 소녀상 인근의 위안부박물관과 연계한 교육사업 등을 감안하면 현재 위치가 가장 이상적이지만 구청과 대화는 해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구의회 출석한 슈테파니 렘링거 베를린 미테구청장. 미테구의회 화상중계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