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이 모여 배우는 모임에서 ‘경청해 줘야 할 사람은 누구 인가’라는 주제로, 돌아가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내가 속한 그룹엔 7명의 남자 노인들이 있었다. 다음은 참가자들이 나눈 대화의 일부이다.
“경청해야 할 사람은 배우자, 자식들, 그렇게 가까이 있는 가족, 그리고 교회에서는 목사님, 학교에선 선생님이지요. 그런데, 늙어가니 귀가 어두워지고, 경청하려고 해도 말소리가 안 들려 이해가 잘 안되요. 나는 보청기에 작은 마이크를 이렇게 가지고 다니면서 경청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는 90을 바라보는 은퇴한 의사인데, 귀에는 보청기가 있고, 그의 앞 테이블 위에는 손바닥 4분의 1 크기의 조개처럼 생긴 마이크가 있었다. 나도 그분과 동감이다.
“내가 학생들을 가르칠 때 경험을 돌아보면, 선생님 말에 경청하는 학생들은 좋은 성적을 따요. 그들은 학교를 떠나서도 잘 살아요. 경청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바라는 바를 얻고 잘 살아요.” 교사로 일하다 은퇴한 분이 말했다. 나도 돌아보니 그렇다. 주의를 집중하고 강의에 경청하는 학생들이 좋은 성적을 만들고, 졸업후에 취직도 잘했다.
“아내가 직장 암 3기에 걸려 치료하는데 오래 걸렸지요. 대 소변을 받아내고 조그만 불편에도 주의를 기우려야 하는 사람은 결국 제일 가까운 나더라구요. 환자의 조그만 신음 소리에도, 불편해 보이는 작은 몸짓에도 주의를 집중하고 경청하지 않을 수 없었지요. 그런 과정을 거치며 내게는 병든 아내가 더 불쌍하고 더 귀한 분이 되었고, 아내도 나에게 착한 아내, 천사 같은 아내가 되어 갔어요. 완쾌되고도 사람이 달라졌어요.” “장로님의 정성과 경청이 아내를 천사 같은 새사람으로 거듭나게 했네요!”
“애들이 내가 말하면 피해요. 애들이 아예 나를 마주치지 않고 피해버려요. 속이 상했죠. 애들 꼬라지를 보면 엉망인데 잔소리하면 아예 듣지도 않을 뿐 아니라 나를 피해요. 그러다 우연히 애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내가 잔소리하기에 앞서서 애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해가 되더라고요. 애들 이야기를 듣다 보니 애들을 이해하게 되고, 그러니 대화가 열리더라고요. 역시 경청이 우리 관계를 고치고, 말이 통하는 부모와 자식의 관계를 회복했어요.”
“요즈음은 말의 홍수속에 살아요. 입소문, 유튜브, 신문 방송기사가 홍수처럼 많은데, 그 중에는 가짜가 많아서 어느 걸 경청해야 할지 헷갈려요.” “그래요. 소문을 들으면 한국 정부엔 빨갱이들이 그렇게 많은데, 그런 소문 들으면 문제인도 빨갱이, 노무현도 빨갱이! 그런 소문을 듣고 믿어야 해요?” “경청해 듣는다고 다 듣는 대로 믿는 것은 아니지요. 진실 여부를 알기 위해서도 경청해야 하지 않을까요?”
“내가 참가하는 등산팀에서는 모여서 이야기할 때 정치 이야기나 종교 이야기는 하지 말아야 해요. 각자가 그런 이야기 해봤자 의견이 충돌해서 싸움만 나요. 학교 가방 끈 이야기, 돈 자랑, 자식자랑도 하지 말아야 해요. 있는 자랑 없는 자랑으로 부풀린 풍선은 터지게 마련이지요.”
“어느 목사님은 설교 준비를 할 때 초등학교 4학년 수준으로 준비한대요. 많은 교인들의 수준이 다양한데, 높은 수준으로 설교하면 낮은 분들이 이해하지 못하지만 낮은 수준으로 하면 낮은 수준의 사람들도 이해하고, 높은 수준의 사람들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래요.” “맞아요. 우리가 말 할 기회가 오면 듣는 사람들에게 맞는 수준으로 준비해야 해요.”
“모여서 이야기하다 보면, 어떤 분은 전혀 남의 말엔 귀를 닫아버리고, 불쑥불쑥 엉뚱한 딴소리를 하는 사람이 있어요. 늙어서 잘 안 들려서도 그렇고, 성인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가 있는 사람도 있어요.” “여러 사람들이 모이면 별난 사람들이 보이게 되는 게 당연하죠.”
“상대의 말을 잘 듣기만해도 치유가 되고, 좋은 인간 관계도 만들며, 귀한 분도 만난다는 경청의 법칙을 이야기한 오늘 설교는 좋았지요?” “아주 좋았어요. 분명한 몇 가지 핵심을 성경구절과 더불어 영상으로 보이며 다 같이 한 목소리로 읽고, 짧게 끝내고, 우리에게 토론을 통해서 감동의 경험을 나누게 충분한 시간을 준 것 참 잘 하신 것 같지 않아요?” “맞아요. 모처럼 초빙된 목사님들 중에는 설교시간이 너무 길고 감동도 없고 토론 시간도 줄어드는 경우가 많아요.” “모처럼 초대받은 분들 입장에선 준비를 많이 하고 좋은 소식을 더 많이 전달하고 싶겠죠.” “우리가 애들 이야기 듣지도 않고 잔소리만 하면 애들이 우리를 피하듯, 감동 없는 긴 설교는 설교기피증을 만들지도 모르죠.”
같은 주제를 토론해도 7명의 좋은 의견이 다 다르다. 대화의 좋은 일부를 모아보니 여러 각도에서, 다른 경험과 다른 차원의 생각들이 모여서 완전에 가까운 전체의 윤곽이 들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