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내구성 설계 영향도… 소비자 단체 “제품 정보 공개”
#. 패서디나에 거주하는 장모씨는 냉장고에 넣어둔 냉동 음식들이 녹아내려 급하게 로컬 수리점에 연락했다. 증상을 이야기하니 컴프레서가 고장 난듯하지만 직접 봐야 한다고 했다. 비용을 물었더니 업체 보증기간이 끝나 커버가 안 된다면서 진단료 120달러에 컴프레서 500달러, 교체 인건비 500달러 등 총 1120달러라고 했다. 수리기사조차 몇백불만 더 주면 신품을 구매할 수 있다고 조언해 수리를 포기하고 신품을 샀다.
가전제품 수리비가 고장 유형에 따라 신품으로 교체하는 비용보다 더 비싸 부담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CNBC 수석 현장 프로듀서 스테파니 듀에는 최근 자신의 케이스를 소개하며 가전제품 수리비 폭탄에 대해 보도했다.
워싱턴 DC에 거주하는 듀에는 4년 전에 355달러에 구매한 GE 전자레인지의 내부 조명이 들어오지 않아 살펴보니 직접 교체할 수 없는 구조라 GE 공인 수리점에 견적을 요청했다. 램프 교체를 위해 분해가 필요하기 때문에 램프 비용 외에 수리비가 400달러에 달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기술자가 일단 방문하면 125달러가 부과돼 램프 교체에 512달러가 소요될 수도 있어 결국 175달러에 신품을 구매했다.
이에 듀에는 GE 측에 전자레인지가 왜 이런 식으로 설계됐는지 문의했으며 GE 대변인은 이메일을 통해 “일반 전구가 아니며 고장은 매우 드물다. 전자레인지의 고전압 특성상 일반 소비자가 내부를 건드리는 것은 안전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혀왔다.
터스틴에 거주하는 이모씨도 “디시워셔가 작동이 되지 않아 기술자를 불렀다. 살펴보더니 배수 호스와 펌프가 고장 나 교체해야 한다고 했다. 비용을 물었더니 재료비와 인건비까지 400달러라며 진단비 100달러는 별도란다. 아무래도 너무 비싼 것 같다고 하자 400~600달러면 신품으로 교체할 수 있고 진단비도 면제해 주겠다고 해서 결국 교체했다”고 토로했다.
이같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수리비용과 관련해 US PIRG 등 소비자 옹호 단체 등은 소비자들이 더 쉽고 저렴하게 수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리할 권리’ 캠페인을 펼치고 있는 US PIRG의 네이선 프록터 선임 디렉터는 “현재 제품이 수리가 가능하도록 설계됐는지 내구성이 어떤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주장했다.
가주를 비롯해 메인, 매사추세츠, 미네소타, 뉴욕 등 12개 주에서는 가전제품 등 제조업체가 공정하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부품, 소프트웨어툴 및 회로도 등과 같은 수리 정보를 제공하도록 하는 ‘수리할 권리’에 대한 법률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뉴욕의 수리할 권리법은 가전제품은 포함되지 않는 것을 비롯해 일부 주에서는 특정 제품으로 한정돼 소비자들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온라인 수리정보 공유 사이트 픽시트 클리닉(fixitclinic.blogspot.com)의 설립자 피터 무이는 고장 원인 및 안전 문제에 따라 다르겠지만 직접 수리를 시도해 볼 가치가 있는지 알아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온라인에서 고장 난 제품의 문제를 검색하면 동일 문제를 다른 소비자들은 어떻게 해결했는지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수리 정보 및 부품 구매 사이트 아이픽시트(ifixit.com)는 가전제품, 자동차, 휴대전화, 전자제품, 컴퓨터, 어패럴 등 매뉴얼 11만여개와 동영상과 이미지를 통한 수리방법 등을 제공하고 있다.
LA지사 박낙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