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세의 베테랑 언론인 셀리나 로드리게스(Celina Rodríguez)는 2년 전 사기꾼들에게 속은 적이 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Bank of America)를 사칭한 사기꾼들은 로드리게스에게 전화해 “아이폰을 구입한 적이 있느냐?”고 캐묻고 유도심문했고, 당황한 그는 크레딧카드 번호와 컴퓨터 패스워드를 알려줬다. 그러나 실수를 알아차린 그는 곧바로 컴퓨터 패스워드를 바꾸고, 카드회사에 연락해 결재를 막았다. 그는 “43년간의 언론계 경험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속았다. “우리는 인간이고 누구나 사기의 표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민자를 표적삼아 기업과 정부를 사칭한 금융 사기가 급증하고 있다. 연방거래위원회(FTC)에 따르면 2024년 상반기에만 36만 건의 사칭 사기가 신고됐으며, 피해 금액은 13억 달러에 달했다. 중간값 기준 피해액은 800달러였다. 지난 몇 년간 기업과 정부기관 사칭 사기로 인한 피해액은 거의 4배나 급증했다. 정부기관 사칭 사기 피해액은 2020년 1억7500만 달러에서 2023년 6억1800만 달러로 늘었다. 같은 기간 기업 사칭 사기 피해액은 1억9500만 달러에서 7억5100만 달러로 증가했다.
FTC의 엠마 플레처(Emma Fletcher) 선임 데이터 연구원은 “이 숫자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은행 계좌는 물론 퇴직 연금 계좌까지 털리는 사례가 있다. 수만, 수십만 달러를 사기당한 사람들이 신고를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FTC 관계자는 “이러한 엄청난 피해 신고 증가는 사기꾼들이 사용하는 전략이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기꾼들은 주로 Zelle과 같은 은행 이체 방식이나 비트코인 ATM과 같은 암호화폐 결제 방식을 이용하고 있다. 특히 사기꾼들은 비트코인 ATM을 ‘연방 안전 보관소’라고 지칭하며 피해자들을 현혹하고 있다.
FTC 마케팅 관행 부서의 케이티 다판(Kati Daffan) 부국장은 “사기 피해자들은 FTC와 은행에 신고할 것을 권장한다”며 “만약 은행의 대응이 불만족스럽다면 소비자금융보호국(Consumer Financial Protection Bureau)에도 신고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급증하는 사칭 사기에 FTC는 지난 4월부터 새로운 규정을 시행하고 있다. 정부나 기업을 가장해 사기를 저지르는 행위는 명백한 위반이며, 이를 통해 FTC는 연방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여 피해자들에게 금전을 반환하고 사기꾼들에게 민사 처벌을 부과할 수 있게 되었다.
사기 수법도 갈수록 정교해지고 있다. FTC 플레처 변호사는 최근 등장한 ‘태그팀’ 사기 수법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사기는 보통 은행을 사칭하며 시작된다. 예를 들어 사기꾼들이 피해자들에게 계좌에 의심스러운 거래가 있다고 말한 뒤, 피해자가 반응하면 상황을 급격히 악화시켜 정부 기관(또다른 사기꾼)과 연결해준다고 속인다”고 말했다.
플레처 변호사는 “사기 피해자가 멍청하거나 탐욕스럽다는 것은 오해”라며 “모든 연령대, 우리 주변의 사람들이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FTC의 2021년 조사 결과, 18세에서 59세 사이의 성인이 고령자보다 사기 피해 신고 가능성이 34%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인들도 최근 사기 피해의 예외는 아니다. 갑자기 전화를 걸어와 유창한 영어로 정부나 기업을 사칭하고 위협하면, 영어가 서툰 한인들은 당황하여 따르다가 속는 경우도 많다. 정부나 기업은 전화나 텍스트 메시지로 연락하지 않으며, 반드시 편지 등 서면으로 연락한다. 따라서 전화로 위협하거나 돈을 입금하라는 말을 들으면, 곧바로 행동하면 안되고 멈춘 후 주변의 도움을 구해야 한다. 만약 사기피해를 당했을 경우 FTC웹사이트 reportfraud.ftc.gov를 통해 신고하고 다음 단계에 대한 안내를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