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안보와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미국 대통령 선거가 40일 정도 남았다. 현재 판세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막상막하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스라엘과 주변 아랍 무장 단체들간 전투,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경제문제 등 변수가 도처에 깔려 있어 더욱 그렇다. 초접전 지역의 우편투표 등 집계 문제로 이의가 제기될 경우 결과를 상당기간 알 수 없는 혼란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치분석 사이트 ‘538’이 25일 발표한 양 후보의 전국 지지율은 해리스가 48.4%, 트럼프가 45.8%다. 차이는 겨우 2.6%포인트다. 그러나 당락을 사실상 좌우하는 7개 베틀스테이트(Battle State)의 지지율 차이는 고작 0.5~2%포인트다. ‘538’은 미국 선거인단 수 538명을 본 따 이름 지어진 정치 분석사이트로 상당히 중립적이고 객관성을 지녔다고 평가되는 기관이다.
미국도 한국처럼 지역별로 지지기반이 나뉜다. 미국 동부와 서부 양쪽 해안 지역의 주는 민주당이, 남부와 중서부 지역 주는 공화당이 우세한 지역이다. 민주 공화 양당은 자신들의 고정 지지 지역에 배정된 선거인단을 승자독식 제도에 따라 모두 가져간다. 현재 이들 고정 지지기반을 중심으로 한 양당의 확보 예상 선거인단은 해리스가 226명, 트럼프가 219명이다. 모두 과반에 못 미친다.
이에 따라 양당이 막판에 집중 공략하는 지역은 선거 때마다 지지정당을 달리한다고 해서 ‘스윙 스테이트’로 불리우는 7개 지역이다. 조지아를 비롯해 펜실베이니아, 노스캐롤라이나, 미시건, 아리조나, 위스콘신, 네바다 등 7개주를 말한다. 이들 주에 배정된 선거인단은 총 93명이다. 미국 인구의 18%에 불과한 이들 지역 주민들에 의해 대통령이 결정되는 셈이다. 미국 대통령 선거제도가 안고 있는 모순이다.
현재 민주 공화 양당의 막판 선거 전략은 과거의 양상과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 공화당은 해리스에 대한 네거티브에 집중하고 있는 반면 민주당은 트럼프 비난이 아니라 ‘해리스 알리기’에 주력하고 있다.
선거는 일단 이기고 봐야 한다. 선거에서 네거티브가 상당한 효과를 본다는 것은 공지의 사실이다. 그런데 도 민주당이 네거티브 전략을 쓰지 않는 것은 점잖아서가 아니다. 트럼프가 사법 리스크, 막말, 인종차별, 독불장군식 행동 등 여러 문제를 안고 있으나 그의 지지자들이 이를 거의 개의치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그의 인성이나 태도가 아니라 그의 정책, 능력에 더 방점을 둔다.
대통령을 지낸 트럼프는 이번 출마가 3번째로 그에 대한 문제점은 이미 알려질 대로 알려졌다. 반면 해리스는 바이든 사퇴로 갑자기 후보가 돼 별로 알려지지 않은 정치신인이다. 따라서 그를 잘 포장, 대중에게 알리는 것이 트럼프를 공격하는 것보다 낫다고 보는 것이 민주당 선거캠프의 생각이다.
이는 양 진영의 광고비 지출에서 잘 나타난다.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 분석에 따르면 지난 7월 22일부터 9월 22일까지 민주당 지지 성향의 정치행동위원회(슈퍼펙)가 지출한 광고비 가운데 80%가 해리스 지지, 즉 해리스 알리기에 쓰여 졌다. 반 트럼프, 즉 네거티브 캠페인에는 20%가 지출됐다. 반면 공화당 진영은 전체 광고비의 87%를 해리스 비난에 쏟아 붓는 네거티브 전략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