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발명품을 말한다면 아마 자동차일 것이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자동차를 갖고 있으며, 자동차가 사회에 미친 영향은 단순한 통계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미국은 사회 자체가 자동차를 중심으로 형성되었다고 표현을 하더라도 과언은 아니다.
자동차는 출퇴근이나 여행, 쇼핑과 일상 용도, 그리고 비즈니스 용도로 사용하게 되는데, 특히, 파도소리를 들으며 멋진 해변가를 드라이브하는 여행은 상상만으로도, 마음을 설레게 한다. 그리고, 드라이브 스루 (Drive Thru)로 할 수 있는 일이 생각보다 많다. 맥도널드 같은 패스트푸드, 은행, 약국, 세탁소, 주류 판매점, 스타벅스 같은 커피 전문점, 그리고 자동차 차창 높이에 맞춘 우편함으로 편지를 넣거나 꺼내기도 하고, 그리고 드라이브 인 극장에 이르기까지 운전석에 앉은 채 일을 볼 수 있는 시설들이 꽤 많다. 이러한 점들은 자동차가 미국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세상에는 애(愛)를 붙일 수 있는 것이 있고 그렇지 않은 것이 있다. 예를 들어 애견, 애사, 애처와 같은 것들이 있다. 자동차에 애(愛) 자를 붙일수 있는 이유는 함께 고락을 나눴고 사람과 유대감을 갖고 시간을 보내고 사랑도 싹트게 해주게 했기 때문일 것이다. 즉, 차는 단순한 기능적 제품이 아니라 삶을 함께하는 파트너라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들게 한다. 차는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개인의 자유, 독립성, 사회적 지위, 문화적 상징 등을 포괄하는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차를 소유하고, 그 가치를 소중히 여긴다.
차의 종류와 브랜드는 개인의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기도 한다. 고급 차를 소유하는 것은 경제적 성공을 상징하며, 이는 사람들 사이에서의 인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자신의 경제적 상황에 맞지 않는 고가의 자동차를 끌고 다니게 되면 그 차에 생길 수 있는 작은 스크래치 하나에도 예민하게 반응하게 되고 그 차에 대한 걱정도 커지게 된다. 이로 인해 마치 내가 그 차의 주인이 아니라 차가 나를 지배하는 듯한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하게 되고 결국 더 피곤해질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편리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그저 겉모습만 화려한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할 수도 있다.
차와 사람의 인생에는 공통점이 여러 가지가 있다. 자동차는 공기를 통해 개스를 연소시켜 에너지를 얻는 것처럼 사람도 산소를 흡입하고 음식을 소화시켜 에너지를 얻는다. 둘 다 에너지를 얻기 위해 산소가 필수적이다. 자동차에는 연료, 오일, 냉각수 등이 순환하는 시스템이 있듯이 사람도 혈액이 몸 전체를 순환하며 영양소와 산소를 공급한다. 자동차는 대부분 전진으로 움직이며, 후진은 보통 주차할 때 사용한다. 사람도 인생에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며, 가끔은 뒤를 돌아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로 전진하는 삶을 살아간다.
차량이 노후화되면 점검과 수리가 필수이다. 기계 부품도 일정 기간 사용하고 나면 교체하거나 보수를 해야 하고 노후화되면 이래저래 보수비용이 많이 들게 된다. 사람의 몸도 마찬가지다. 사람도 노화가 진행되면 병원비가 많이 든다. 잘못 방치했다간 수술해야 할 경우도 생기고 결국 큰 병이 될 수도 있다. 어쨌든, 차나 사람이나 지금 있는 곳에서 어디론가로 이동해야 된다는 것이며, 멈춰서 있기만 한다면 존재의 가치를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
필자는 운전을 매우 즐기는 편이다. 그래서 자동차 여행을 꽤 많이 다녔고 미 대륙을 횡단한 일도 있다. 광활한 미국 대륙을 가로지르면서 느낄 수 있는 한 나라 안에서 다른 시간대, 다른 풍습, 다른 날씨와 온도 차이, 각 주를 지나면서 느끼는 다채로운 자연 등, 같은 나라에 있지만 다른 나라를 여행하는 듯한 느낌은 경이로움과 함께, 대륙 횡단을 끝냈다는 성취감도 안겨주었다. 그런데, 그처럼 오랫동안 함께한 자동차를 팔고 새 차를 구입하게 되었을 때, 필자는 복잡한 감정을 느끼게 되었다. 그 차는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삶의 일부로 자리 잡아왔었기 때문이고, 그 안에서 많은 추억을 쌓아왔기 때문이기도 하다. 가족과의 여행, 친구와의 대화, 혼자만의 사색의 시간까지…
차를 소유하는 것은 단순한 소유의 개념이 아니라 애정의 감정이 생기기도 했다. 아끼던 그차를 떠나 보내는 순간, 마음속 깊은 곳에서 아쉬움과 슬픔이 밀려왔다. 주인의 슬픔과 기쁨을 함께 나눈 차는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었다. 그것은 삶을 함께하는 친구이자 가족 같은 존재였다. 그래서 지금도 애틋한 마음이 가시질 않는다. 삶에 막대한 영향을 주는 자동차는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삶의 소중한 동반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