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바나~애틀랜타 한인 화물차들도 운행 전면 중단
“자동차 부품 재고 60일분…장기화 땐 생산 차질”
한국~사바나항 우회로 이용시 최고 1만불 더들어
조지아주를 비롯한 동부 항구가 멈춰섰다. 대서양 연안 항만노조(ILA)가 1일 전면 파업에 들어가며 한인 물류업계는 물론 제조업체들의 생산 차질도 예상된다.
사바나에 거점을 둔 ILA는 이날 전국 36개 항만의 4만 5000여명 노동자가 무기한 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이중 조지아 노동자는 2500여명이다.
미 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컨테이너 수출의 68%, 수입의 56%를 차지하는 이 항만들은 특히 의약품 및 자동차 물류 특화시설로 이뤄져 있다. 이들은 일부 해운사가 앨라배마주에서 물류 자동화 설비를 사용한 점을 들어 사측 연합인 미국해양협회(USMX)와의 노사협약 갱신을 지난 7월부터 거부해 왔다. 기존 노사협약이 지난달 30일 만료됨에 따라, 1977년 이후 47년 만에 공동파업이 발생한 것이다.
파업 첫날 조지아주 항만의 컨테이너 반·출입이 중단되며 심한 출하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자동차 부품 납품을 중심으로 일평균 20여 건의 물류를 처리하는 둘루스 소재 한인물류회사 관계자는 “오전에 이미 수입 화물을 싣고 온 배가 컨테이너를 내리지 못하는 비상상황이라는 보고가 접수됐다”며 “컨테이너가 야적장에 방치돼 있어 손쓸 수 없는 상황에서 예상 운송 시간을 묻는 컨사이니(수하인)의 민원전화가 빗발치고 있다”고 전했다.
물류업체와 연계돼 계약을 맺는 사바나~애틀랜타간 한인 대형 화물차 업체들도 항만의 운송 거부에 따라 이날부터 영업을 쉬는 중이다. 조지아 지역 내 컨테이너 운송 트럭 기사는 “우리로서 (파업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달 내 행정부의 업무복귀 강제 명령이 조속히 내려지길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화물 선박들이 대기하고 있는 사바나항 가든 시티 터미널. shutterstock
특히 지난 4월부터 버스, 철도 등 차량을 수송하는 로로(RO-RO) 화물선을 조지아에서 단독 취급하는 브런즈윅항이 파업에 동참한 탓에 자동차 협력사 등 제조업계의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예고된 파업인 터라 어제(30일)까지 직원을 추가 투입해 급한 화물은 옮겼다”면서도 “현대·기아차 현지공장이 일반적으로 60일분의 부품 재고를 보유하는 것을 고려하면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생산일정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관 정보수집 업체 ‘임포트지니어스’는 23~27일간 140억 달러 규모 화물이 동남부 파업 항구를 이용해 오갔는데, 파업 직전 27일에만 27억 달러(19%) 물동량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했다. 주 항만청은 파업에 대비해 지난달 중순부터 주말 휴일 연장영업으로 재고 처리를 도왔다.
이달 전기차 본격 생산을 앞두고 있는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HMGMA) 역시 총파업 상황을 면밀히 파악하며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비앙카 존슨 HMGMA 대변인은 본지에 “실시간 파업 동향 모니터링을 통해 잠재적 공급 중단을 방지하기 위한 내부 계획을 수립한 상태”라며 “동부 항만 노동자 파업은 4분기로 예정된 공장 생산일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업계는 노사분규가 단기간내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서부 항만 또는 항공 운송 등 우회로 탐색에 나섰다. 이 경우 운임이 최대 3배 이상 오른다. 한국~사바나항 화물 1건당 운송비가 대략 4000달러선인 것에 비해 우회로 이용시 서부항 이용료(2500~3500불)에 더해 내륙 운송비 최대 1만 달러가 더 들기 때문이다.
CNBC에 따르면 지난해 동남부 파업 항구를 이용해 1만TEU(20피트 컨테이너) 이상 수출한 한국 기업은 삼성(3만 3800TEU), 한화큐셀 조지아(3만 1400TEU), 엘지(2만 4900TEU), 현대 글로비스(1만 7200TEU), 현대차그룹(1만 3700TEU) 등이다.
파업이 11월 대선을 불과 한달여 앞두고 벌어져 정치적 파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민주·공화 양당이 표심 결집을 위해 글로벌 물류시장에서의 자국 우선주의 노선을 추구하는 가운데, 중국 등 해외 해운업체에 대한 ‘비용 전가’로 문제 해결에 나설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ILA는 부당하게 이익을 갈취하는 사측 중 하나로 중국 국유해운사 중국원양해운(코스코)를 지목했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선거철 대중 견제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양당 후보들이 해외 운송사나 제조기업에 대한 관세 인상을 추가 공약할 수 있어 불안하다”고 전했다.
장채원 기자 jang.chaewon@korea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