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생활 40여년 만에 처음으로 지난 봄 애틀랜타를 방문하고서 나는 이 도시에 매료되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역사성과 서사, 코카콜라의 본부라는 미국문화의 대중성, 그리고 흑인 민권운동의 상징 저항정신이 다채로운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도시. 무엇보다도 미국 전국에서 유일하게 한인사회가 ‘성장’하고 있는 도시라는 큰 매력이 있다.
꼭 다시 오고 싶었던 애틀랜타에 재방문의 기회가 빨리 찾아왔다. 동포사회에 ‘2024 미국 대선과 한반도 평화’에 대한 강연을 요청받은 것이다. 정말이지 재미한인들에게 너무나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애틀랜타에서 하게 된 것이 적지 않게 ‘운명처럼’ 다가오고 있다.
핵심을 미리 말하자면, 나는 미주한인이 한반도 평화와 통일 미래의 조력자가 아니라 주인의식을 가지고 새로운 시각과 비전을 제시하는 주역이 되자고 호소하려 한다. 또한 그런 눈으로 이번 미국 대선을 바라보자고 말할 참이다.
역사의식이 소중한 자양분이 되어 주리라 믿는다. 왜냐하면 다가오는 2025년이 참으로 역사적인 해이기 때문이다. 2025년은 해방과 분단 80년, 한일청구권 협정 60년, 그리고 을사늑약 120년이자 필리핀과 조선을 미국과 일본이 각기 차지하기로 담합한 카츠라-태프트 밀약 역시 120년이 되는 해다.
지난 세기는 강대국에 의해 한반도의 운명이 결정되던 불운한 시대였다. 19세기 말부터 제국주의 열강의 다툼 속에 힘겹게 생존을 이어온 조선은 급기야 이웃나라의 식민지로 전락하고 말았다. 나라를 찾겠다고 피땀 흘려 싸웠던 독립 운동가들은 온전한 나라를 찾고자 했지, 반쪽의 나라를 찾기 위해 목숨 걸고 싸우진 않았다. 철조망 휴전선 너머에 피붙이를 두고 평생이 다 가도록 만날 수 없는 인륜지사 최대의 비극을 원했던 백성이 과연 있었을까.
많은 이들이 통일은 이제 물 건너갔다고 한탄한다. 남북이 서로를 ‘주적’이라고 공언하고 민족이나 통일이라는 단어를 지우겠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 이런 위기가 바로 위대한 기회로 재탄생할 수도 있다. 바로 우리 해외동포, 미주한인들이 역사의 주인공으로서 눈을 뜰 수 있다면!
그러자면 우리가 남북관계를 관망하는 방관자가 아니라 당당한 주인의식을 가지고 강력한 제3자로 결집되어야 한다. 한반도 평화번영과 통일 미래의 비전을 만드는 당사자가 되어보자는 것이다.
11월로 다가온 미국 대통령 선거도 ‘우리가 역사의 주인’ 이라는 시각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미 차기 대통령이 트럼프냐, 해리스냐, 열띤 논쟁이 한인사회에 오가고 있다. 이 땅에 살아가는 시민으로서 당연히 있어야 한다. 하지만 거기에 그쳐서는 안 된다. 더 큰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공화당 민주당 어느 당이 집권하든, 한반도를 포함한 동아시아 정책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저물고 있는 미국의 세계 패권을 어떻게든 방어하기 위해 풀어야하는 복잡다단한 국내외 문제들이 산적해있다. 그런 미국에게 한반도 주민들의 삶은 대외정책의 우선순위에서 한참 밀려있다.
이번 대선에서 어느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민주, 공화 양당에 미국의 대외정책의 진정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리고 실천해 나갈 수 있는 큰 판을 짜야한다. 21세기에도 지구상에 계속되고 있는 직간접적인 전쟁에 한국민이, 또한 미국민이 희생양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분명히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미국이 전쟁으로 먹고사는 나라가 아닌 평화로도 더 잘 먹고살 수 있는 나라가 될 때, 세상은 편안해지고 한반도에도 희망이 비칠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미주한인들이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능동적이고 주도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과감한 결단과 집단적인 지혜가 필요하다. 미주한인들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 분명 있을 것이다. 성장하는 애틀랜타 한인사회의 활력과 에너지가 조지아에 가득하기를 응원하며, ‘2024 미국 대선과 한반도 평화’ 강연회(10월 12일 오후 3시, 둘루스 청담)에서 역사의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주인공들을 만난다는 설렘으로 이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