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부의 재난대책 최악”
해리스 “허위 정보 유포 말라”
초강력 허리케인 ‘밀턴(Milton)’으로 비상이 걸렸다. 이미 지역 주민 550만 명에게 대피령이 내려졌고, 조 바이든 대통령은 해외 순방을 미루고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
허리케인은 투표까지 한 달도 남지 않은 미 대선의 막판 변수가 될 수 있단 관측도 나온다. 허리케인 ‘헐린’의 영향으로 200명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지 채 2주도 되지 않아 그보다 위력이 큰 폭풍이 왔기 때문이다. 민주당 대선 후보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허리케인 대응 문제를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밀턴에 대비하기 위해 당초 오는 10~15일 계획된 독일·앙골라 순방을 연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주민들에게 “대피 명령을 받았다면 지금 당장 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백악관은 연방재난관리청(FEMA)이 해당 지역에 200만 명분의 식사 등을 비축하고, 약 900명의 지원 인력을 배치했다고 밝혔다.
플로리다주는 허리케인 상륙 전 대피하려는 인파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혼란을 겪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8일 기준 플로리다주의 주유소 총 7912곳 중 1300곳의 연료가 바닥났으며, 고속도로에선 수 시간 동안 심각한 교통 체증이 발생했다.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주 차원에서 연료를 비축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달 27일 남동부 지역은 4등급 허리케인 ‘헐린’이 강타하면서 200명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에 이어 지난 50년간 미 본토에 상륙한 허리케인 중 두번째로 많은 희생자를 냈다. 플로리다주 당국은 헐린의 피해가 채 복구 되기도 전에 밀턴으로 인한 추가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초대형 허리케인은 대선의 변수로도 떠올랐다. 언론 보도에선 “허리케인이 대선 결과를 뒤집을 수 있다”(파이낸셜타임스), “이번 대선 결과는 신에게 달려 있는 것 같다”(텔레그래프) 등의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허리케인에 따른 피해를 바이든 정부의 실정으로 부각하고 있다. 특히 헐린 피해는 이번 대선의 경합주인 노스캐롤라이나·조지아에 집중됐는데, 통상 대형 자연재해는 집권 여당에 불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지 언론도 잇따른 허리케인 재해를 해리스에게 ‘악재’로 보고 있다. 해리스가 지난 2일 허리케인 피해가 컸던 조지아를 방문한 것도 이를 고려한 ‘민심 달래기’란 해석이 나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밀턴이 플로리다주에 상륙할 것으로 예고되자 공격 수위를 높였다. 그는 8일 트루스소셜을 통해 “(현 정부의 헐린 대응은) 미 역사상 최악”이라며 “또 다른 허리케인이 오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해리스 후보를 겨냥해 “미국은 이 무능한 바보들을 4년 더 견딜 수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그는 폭스뉴스에서 “바이든·해리스 정부가 공화당 성향의 지역 사람들에게 아무것도 주지 않는 등 허리케인 대응 지원을 편파적으로 하고 있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해리스 부통령은 취재진에게 “전직 대통령이 헐린 지원에 대한 많은 허위 정보를 유포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NBC는 8일 “공화당 소속이자 올 대선 경선에서 낙선한 디샌티스 주지사가 정치적인 이유로 해리스의 전화를 받지 않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재난 대응은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 간 공조가 중요한데 디샌티스의 비협조로 해리스가 애를 먹고 있다는 것이다. 디샌티스는 보도 내용을 부인했지만, 해리스는 “위기 상황에서 정치 게임을 하는 건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9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정부의 허리케인 대응과 관련한 유언비어를 퍼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허리케인 헐린과 밀턴 관련 보고를 받으면서 “지난 몇 주간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허위 정보와 명백한 거짓말을 무모하고 무책임하며 끈질기게 부추기는 행위가 있었다”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거짓말의 맹습을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선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