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교육·경제’ 기회 찾아 떠났다
중국계는 ‘교육’, 인도계는 ‘경제’ 꼽아
한인들, 이민 후 삶에 대체로 만족
아시아 5국 중 언어장벽 가장 높아
백인, 흑인, 히스패닉 등 타 인종과 아시아계를 구분하는 가장 큰 특징은 ‘이민자’가 미국 태생보다 많다는 것이다. 전국 2400만 명으로 추산되는 아시아계 미국인의 54%가 해외 태생 이민자다. 성인의 경우 67%가 이민자에 해당한다. 이들이 본국을 떠나 미국 정착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여론조사 싱크탱크인 퓨리서치센터가 2022~2023년 아시아계 미국인 성인 7006명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9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가장 주요한 이민 동기는 가족 결합(28%), 경제(27%), 교육(26%) 순이다. 이민 결정 요인은 출신국에 따라 적지 않은 차이를 보인다. 한인의 경우 가족결합(38%)이 인도, 중국, 필리핀 등 다른 나라보다 10%포인트 가량 높았다. 또 교육은 28%, 경제는 26%를 차지했다. 베트남의 경우 자국내 갈등과 박해로 인한 피난이 32%로 가장 높았으며, 중국은 교육(38%), 인도는 경제(42%)를 가장 큰 이민 이유로 꼽았다.
아시아계 미국인은 이민 후 삶의 만족도가 대체로(77%) 나아졌다고 본다. 현재 다시 선택권이 주어진다 해도 이민을 선택하겠다고 응답한 이들이 74%에 달했다. 한인 중 단 5%만이 한국 거주를 택했다. 높은 만족도의 이유로는 한인의 75%가 ‘앞서 나갈 수 있는 기회가 많아서’라고 답했으며, 자녀 양육 환경(73%), 성평등(68%)에도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이민 후 만족도가 떨어지는 사회 측면으로는 의료(21%)와 선거 투명성 및 정치적 선택권(39%), 친인척간 유대감(17%) 등을 지적했다.
아시아계가 이민 후 겪는 언어 장벽으로 인한 어려움을 엿볼 수 있는 통계도 제시됐다. 전체의 64%가 이민 전 영어를 읽고 구사할 수 있었다고 답했는데, 한인의 경우 같은 응답자가 48%로 절반이 채 되지 않는다. 인도(84%), 필리핀(82%), 중국(57%)에 이어 4번째로 낮다. 설문일 기준 현재에도 영어 구사에 어려움을 겪는 한인은 27%로 아시아계 5개국 중 비율이 가장 높다. 퓨리서치는 “언어 장벽은 학교와 직장뿐 아니라 일상생활 전반의 차별과 어려움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재정 역시 재정착 과정에서 겪게 되는 문제 중 하나다. 아시아계의 58%는 입국 후 첫 6개월간 정부기관, 비영리단체, 종교기관, 지인 등 다양한 경로로 재정적 지원을 받는다. 한인의 51%가 가족 또는 친구로부터 금전 지원을 받았다고 말했다. 지인 외 종교단체(9%), 정부지원(8%), 아시안 비영리단체(4%) 등에 대한 의존도는 떨어졌다. 난민 출신 이민자가 많은 베트남을 제외하면 대다수 아시아계가 비슷한 응답률을 보였다.
장채원 기자 jang.chaewon@korea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