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위험 지역 주택 거의 비어
초강력 허리케인 ‘밀턴’의 상륙을 앞두고 탬파 등 플로리다주 서부 지역에 거주하는 한인들의 대피 행렬이 이어졌다. 특히 2주 전 허리케인 헐린으로 입은 피해가 채 회복되기 전이라 대피 길에 나선 주민들이 더 많았다.
탬파에 거주하는 한인은 약 2만명으로 플로리다에서 한인들이 가장 많이 사는 지역이다. 서부 해안과 가까운 지역으로, 허리케인 밀턴의 이동경로와 직접 맞닥뜨린 곳이다.
탬파 통합한국학교의 김진희 교장은 9일 오후 기자와의 통화에서 “많은 한인들이 긴장하고 있는 가운데 오전까지만 해도 마치 폭풍전야처럼 날씨가 정말 좋았다”며 이어 오후 2시부터 비바람이 거세게 불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는 “지대가 상대적으로 높은 뉴 탬파 지역에 살기 때문에 대피하지 않은 이유도 있지만, 교통 체증이 너무 심해 엄두도 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 교장은 “북쪽에 있는 게인즈빌까지 탬파에서 원래 4시간 걸리는데, 오늘 10시간 걸려서 도착하신 분이 있다고 들었다”며 고속도로가 꽉 막혀 있어서 어디로든 이동이 힘들어 보였다고 덧붙였다.
플로리다와 조지아주를 잇는 I-75 고속도로는 대피하는 차량들로 꽉 막혔다. 김 교장은 “어제 탬파에서 출발해 오늘 22시간 걸려서 겨우 애틀랜타에 도착했다는 교사의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탬파에서 애틀랜타까지는 보통 자동차로 약 7시간 걸리는 거리다. 그는 또 “혹시 몰라서 집에 전기 코드를 다 뽑고 교회로 피신 왔다”며 “(허리케인 피해 때문에) 이번주는 휴강을 고려 중”이라고 전했다.
탬파 한인 교회들도 주민들의 대피를 도왔다. 탬파한인감리교회는 대피할 곳이 없는 교인들을 위해 교회를 개방해 생수 등을 제공했다. 이 교회의 한명훈 목사는 “2주 전 허리케인 헐린 때문에 폐차를 시킨 교인도 있었을 정도로 피해가 컸다. 그래서 이번에 애틀랜타, 잭슨빌 등지로 많이 떠났다”라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해안 또는 강 근처 홍수 위험 지역 주거지는 거의 비워진 상태다.
플로리다주를 떠난 주민들은 8일부터 애틀랜타 호텔 등에 몰려들기 시작했다. 9일 애틀랜타 크라운 플라자 페리미터 라비나 호텔의 한인 관계자는 “어제(8일)부터 반려견과 함께 탬파, 새라소타 등지에서 온 가족 단위 투숙객들이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8일부터 픽업한 객실 250개 중 대부분이 플로리다 대피 주민들”이었다며 호텔 차원에서 대피 주민들을 위해 요금 할인, 식당 영업시간 연장, 어린이 게임룸 등의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