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프로젝트 2025’가 논쟁이 되고 있다. 작년에 발표된 ‘프로젝트 2025’는 보수 성향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이 보수정권에게 시행을 권고하는 정책의 청사진이다. 사실상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2025년 집권을 대비한 정책 권고안이라는 것이 미국 정가의 주장이다.
트럼프 후보는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거리를 두고 있지만, 트럼프가 재집권할 경우 ‘프로젝트 2025’가 실제로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그렇다면 ‘프로젝트 2025’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가. 우리 한인들에게 밀접한 이민 및 보건의료 정책 부분만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프로젝트 2025’는 연간 평균 84만 8362건의 영주권 신청이 접수되는 가족 이민을 폐지할 것을 주장한다. 다시말해 한인 영주권 신청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결혼영주권, 부모, 자녀 초청 영주권을 없애버리자는 것이다.
‘프로젝트 2025’는 비자 쿼터도 줄이라고 주장한다. 고숙련 H1-B 비자와 저숙련 계절 노동자 H2-A, H2-B 비자, 학생 비자, 난민 입국을 축소할 것을 제안한다. 또한 국제 난민등에게 부여되는 임시 추방보호지위(TPS) 신분을 박탈하라고 한다. 한마디로 말해 한인들이 취업비자와 학생비자를 받기 어렵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다. ‘프로젝트 2025’는 연방정부가 의도적으로 이민국 인력을 감축해, 이민 케이스 처리 적체를 유발한 뒤 합법 이민 신청을 ‘일시 중단’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이 방안이 시행되면 그렇지 않아도 오래 걸리는 이민국의 비자, 영주권 처리 속도가 한없이 늦춰져서, 사실상 한인들의 ‘이민 올스톱’이 가능해질 수 있다.
불법체류자의 대량 추방도 실시될 가능성이 크다. AAPI 형평성 연합(AAPI Equity Alliance)의 만주샤 쿨카르니 Manjusha Kulkarni사무총장은 “프로젝트2025는 연방 요원들에게 영장 없이 사유지와 학교, 사업장, 심지어 종교 시설에 들어가 불법 체류자를 수색하고 체포할 광범위한 권한을 부여하는 등, 군사작전 수준의 대량 추방을 제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퓨 리서치 센터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미국 내 불법 체류자는 1100만 명으로 추산된다.
그렇다면 의료 보건분야는 어떨까? 프로젝트 2025는 의료 분야의 민영화를 추진한다. 이들의 정책에는 메디케이드 혜택 축소, 메디케어 처방약 가격 인상, 오바마케어(ACA) 폐지 등이 포함돼 있다. 다시말해 , 이 정책이 시행되면 한인을 비롯한 수천만 명의 미국인들이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할 수 있다.
또한 ‘프로젝트 2025’는 또 중소기업에 대한 재해 구호 대출 중단, 재난 선포 기준 강화, 연방재난관리청(FEMA) 홍수 보험의 민영화, 국립해양대기청(NOAA)과 국립기상청의 민영화 등을 담고 있다. 피플스 액션 인스티튜트(People’s Action Institute)의 술마 아리아스(Sulma Arias) 사무총장은 “프로젝트 2025는 의료 보험과 공공서비스 같은 공공재를 사유화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궁극적으로 ‘프로젝트 2025’에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이민자 악마화’이다. 쿨카르니 사무총장은 “이 문서는 ‘불법 외국인’, ‘침투’ 등의 용어를 사용해 이민자를 악마화하고 있다. 이는 인종차별의 불씨를 부채질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렇다면 보수단체가 ‘프로젝트 2025’를 추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결국은 권력 싸움’이라고 주장한다. 쿨카르니 사무총장은 “미국에서 권력을 독점했던 사람들이 인구 구성 변화로 그 힘을 잃게 되자, 행정 조치를 통해 개인의 권리를 빼앗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리 한인들은 아무리 미국에서 돈을 많이 벌고 오래 살더라도 결국은 ‘이민자’일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가족이민 축소, 비자 쿼터 축소, 비자발급 중단, 오바마케어 폐지 등을 주장하는 ‘프로젝트 2025’에는 결코 동의하기 힘들다. 낯선 땅에서 우리의 권리는 투표를 통해 스스로 찾아야 한다. ‘프로젝트 2025’는 절대로 시행되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