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로스쿨 다닐 때 많은 학생들은 “우리는 수학을 못해서, 이공계가 아니라 여기(로스쿨) 온 거야”라고 자조적 농담을 하곤 했다. 그만큼 미국 사회에서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분야의 위상은 확고하다. 현재 미국 산업계를 선도하는 전기자동차, AI, 녹색에너지 등은 모두 STEM분야이다.
STEM 분야는 물리, 생명, 지구과학과 공학, 건축, 컴퓨팅, 수학, 그리고 의료 관련 직종을 포함한다. 이 분야의 일자리는 향후 10년간 다른 직종에 비해 약 2배 빠른 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STEM 분야의 인력 구성은 고등 교육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STEM 종사자들은 다른 분야 종사자들에 비해 학사 학위 이상을 소지할 확률이 2배 높아, 67%가 학위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타 분야의 34%와 대조된다. 더욱이 미국 내 고학력 근로자의 약 4분의 3이 STEM 관련 학위를 보유하고 있다.
로스쿨 학생들의 농담처럼 STEM분야 전공자들은 변호사들보다 돈을 많이 번다. 미국 노동시장에서 과학, 기술, 공학, 수학 분야 종사자들의 연봉은 평균 10만 달러를 상회한다 미국 전체 임금 평균은 4만 6천 달러에 그치는데 비하면 두배다. 이 분야를 전공하면 경제적 이동성(economic mobility) 상승, 즉 저소득층에서 중산층, 고소득층으로 경제적 상승을 할 가능성이 높다.
흥미롭게도 현재 미국 STEM 인력의 절반에 가까운 43%가 해외 출신, 즉 이민자들이라는 점이 주목된다. 반면STEM분야에 여성, 저소득층 학생들, 라티노, 흑인 등 유색인종 학생 출신은 많지 않다. 교육전문언론 EdSource의 루이스 프리드버그(Dr. Louis Freedberg) CEO는 “저소득층 학생들, 유색인종 학생들, 그리고 여학생들이 STEM 과정과 지원 프로그램에 접근할 수 없어 STEM 직업군에서 과소대표되고 있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은 여학생이 STEM과 같은 이공계 분야를 공부하면 안된다는 편견을 갖고 있다. 예를 들어, 의료 종사자와 기술자 중 여성의 비율은 74%에 달하지만, 엔지니어와 건축가 중 여성 비율은 15%, 컴퓨터 관련 직종에서는 25%에 그친다.
비영리단체 ‘걸스 후 코드’(girlswhocode.com)는 50만 명 이상의 여학생 들에게 무료 코딩 및 기술 멘토링 프로그램을 제공해 왔다. 이 중 절반 이상이 저소득층 또는 유색인종이며, 대상은 초등학교 3학년부터 고등학교 이상까지 다양하다. 이 단체의 CEO 다니엘 볼로치(Daniel Voloch)는 “기술의 미래는 그것을 개발하는 사람들에게 달려 있다”며 “그러나 여전히 많은 학생들이 컴퓨터 과학 수업에서 유일한, 또는 몇 안되는 유색인종 여성이라고 말하는 것을 본다”고 지적했다.
USC 교육학과의 야세민 코퍼-겐크터크(Yasemin Copur-Gencturk) 부교수는 최근 학생들의 수학 성적 차이, 특히 인종 간 차이가 실제 학생들의 능력 차이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교사의 무의식적 편견 때문인지를 연구했다. 그 결과 학생들은 남성여성, 백인, 흑인, 아시안 여부에 상관없이 비슷한 수학 성적 점수를 거뒀다. 그러나 “교사들은 남성, 백인같은 이름을 가진 학생들이 여성, 흑인, 라틴계 이름을 가진 학생들보다 수학 능력이 더 높다고 인식했다”고 그는 지적했다. 그는 는 “누구도 무의식적 편견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며 “여성과 유색인종 STEM학습자들이 직면한 장벽을 극복하려면 근본적인 불평등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많은 한인 남학생들 뿐만 아니라 여학생들도 요즘 STEM분야에 관심이 많다. 그러나 부모나 교사들이 ‘여학생은 문과에 알맞다’는 편견을 갖고 있어 일찍 공부할 기회를 갖지 못하고 있다. STEM 교육 전문가들은 ‘조기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프리드버그는 “수학과 과학에 대한 조기 관심이 학생들의 STEM 진로 선택의 핵심 지표”이며 “고등학교 때는 이미 고급 또는 기초 STEM 수업의 등록률에서 불균형이 나타난다”고 강조했다. 우리 학부모들도 자녀들 특히 여학생들이 STEM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 살펴보고 응원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