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조지아주에서 한국 대표 기업들을 멈춰 세운건 환경단체와 농민, 재활용업체다.
현대차그룹 전기차 공장 메타플랜트의 2년 전 수자원 환경영향평가의 적법성을 놓고 한 환경단체가 지난 6월 의문을 제기했다. 두달 뒤 연방 당국은 재평가 결정을 내렸다. 공장 허가 절차상 돌발 변수로 인해 현대차는 지난 3일 2년간 76억달러를 들여 건설한 공장 개장식을 단 2줄짜리 보도자료만 내고 비공개로 조촐히 열었다. 공장에 필요한 용수 개발을 반대하는 지역 농민을 달래기 위해 덤으로 25만달러 보상안도 내놓았다.
SK배터리아메리카(SKBA)는 가족이 꾸려가는 영세 재활용센터에 무려 3100만달러(약 425억원)라는 거액의 손해배상금을 물었다. 전기차용 폐배터리를 따로 분리하지 않아 재활용 공장에 불을 냈다는 이유다. 막상 소송이 진행되자 더욱 큰 문제가 불거졌다. 회사 내부적으로 불리한 영상 증거물 등을 파기한 탓에 유해 폐기물 무단 투기의 진위 여부를 배심원 평결에서 따져볼 겨를도 없이 불리한 입장에 내몰렸다.
한국 기업은 ‘지역사회’라는 경영 리스크를 낮춰본다.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 결과를 한국에서 예측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친환경 전기차를 만드는 과정에서 지하수와 습지가 마르거나, 바쁜 생산공정 탓에 2397개의 폐배터리가 오분류돼 폐기물 처리 협력업체에 불이 난 것을 두고 “‘잘났다 못났다’ 이러쿵 저러쿵 얘기하기보다는 지역사회, 경제 발전에 더 도움이 되도록 미국에서 한국을 대표하겠다”는 것(SK온이 합의금 지급과 관련해 밝힌 서면 입장)이 골리앗의 체면을 차리는 방법이다.
기업은 살아있는 유기체다. 직원, 고객, 협력업체, 지역사회 등 여러 당사자들이 한 몸으로 작동해야 한다. 생명 유지를 위해선 협력적인 상호작용이 필수다. 지역사회의 반발이나 소송 결과에 대해 “외국 기업에 대한 편견과 반감 때문에 발생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앞으로 비슷한 상황에 또 내몰릴 가능성이 높다. 재활용센터 측을 변호한 보 헤쳇 조지아주 상원의원은 “쓰레기 매립지가 부족한 조지아에서 이 업체는 수거 폐기물의 70%를 건축자재, 부원료로 재사용하는 식으로 지역사회에 공헌하고 있다”며 “공장이 불탄 뒤 이들과 계약을 맺고 있던 건설업자들도 타격을 입었다”고 전했다. 기업 이 사람과 환경, 지역사회와 어떤 유기적 관계를 맺고 있는지 생각하게 만드는 지적이다.
조지아는 태양광, 전기차, 배터리 등의 산업을 주도하는 한국 대표 기업들이 5년, 10년이 아닌 100년을 바라보고 진출한 곳이다. 오랜 검토 끝에 미래 시장을 겨냥한 생산 거점으로 선택한 곳이라면 그에 상응하는 현지화 노력이 필요하다. 지역사회와 경제, 정부, 환경, 법과 제도 등 기업 환경의 모든 분야에서 소모적이고 비생산적인 마찰과 갈등을 예방하고, 생산적이고 능동적인 성장환경을 창출해 나가야 한다. 무엇보다 가장 큰 리스크는 미국의 경영환경과 동떨어진 한국적 경영시스템을 그대로 옮겨놓고 안주하려는 폐단이다. 값비싼 수업료 지불은 한번으로 충분하다.
장채원 기자 jang.chaewon@korea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