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유권자 신뢰도 급락 추세”
‘사기’ 주장하며 인종적 갈등 조장도
조지아주의 선거 시스템은 왜 신뢰를 얻지 못할까.
조지아 공영방송(GPB)은 선거 결과를 신뢰하지 않는 사람들의 배경을 분석했다. NPR, PBS, 여론조사기관 ‘메리스트 폴’이 최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58%가 올해 ‘유권자 사기’가 발생할 것을 우려하거나 매우 우려한다고 답했다. 여기서 유권자 사기란 유권자가 한 번 이상 투표하는 등 공정하지 않은 방법으로 선거에 개입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같은 여론 조사에서 응답자 76%는 주와 지방 정부가 공정하고 정확한 선거를 할 것이라고 ‘확신’하거나 ‘매우 확신’한다고 답했다.
미국에서 선거 사기가 화두에 오른 것은 2020년 대선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부정선거 음모론을 제기하면서부터였다.
조지아주 선거관리위원회의 사라 가잘 의원은 “유권자 사기는 극히 드물다”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아예 발생하지 않는 건 아니다. 가끔 관리자를 고의로 속이고 자격이 없는 곳(투표소)에서 투표하려는 사람들이 있다”고 GPB에 전했다. 그러나 무효표가 나오더라도 “모든 표의 0.0001%” 정도로, “인간이 운영하는 만큼 실수가 발생할 뿐”이라고 가잘 의원은 설명했다.
가잘 의원은 이어서 대규모 사기가 발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만약 일어나더라도 “적발되지 않고, 조사받지 않고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선거를 관리하는 조지아주 국무부에서도 회의적인 시각을 어느 정도 의식하고 있다. 가브리엘 스털링 국무부 선거책임자는 “우리가 아무리 투명하게 관리하더라도 누군가가 선거를 통제할 수 있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현재 우리 시스템의 많은 부분에서 인센티브가 뒤떨어져 있기 때문”이라며 “극단적인 당파성(partisanship)도 한 몫 한다”고 덧붙였다.
선거관리 당국은 양쪽에서부터 비판을 받고 있다. 스털링 책임자에 따르면 좌파로부터는 공무원들이 투표를 제한하기 위해 유권자들을 명단에서 삭제한다고 주장하고, 우파로부터는 가짜 투표를 하고 선거를 훔칠 수 있도록 죽은 유권자들까지 의도적으로 명단에 남겨둔다고 주장한다.
제니퍼 맥코이 조지아주립대(GSU) 정치학 교수는 최근 수십 년 동안 여러 요인으로 인해 유권자의 신뢰도가 급락했다고 말한다. 맥코이 교수는 “이것은 도널드 트럼프가 시작한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라며 계속 커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먼저 과거에는 권리가 없었던 여러 집단들이 권리를 갖게 되며 큰 변화가 생긴 점을 맥코이 교수는 꼽았다. 가령 시민권 운동, 여성운동, LGBTQ 투쟁 등이 확산되면서 “기득원층은 자신들이 가진 권리를 빼앗길 수 있다는 두려움을 느낀다”는 것이다.
에이드리엔 존스 모어하우스 정치학 교수는 선거 사기 주장을 제기함으로써 인종적 긴장을 조성한다고 지적했다.
투표소에서 일하는 선거요원들의 고충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조지아 서북부 플로이드 카운티에서 일하는 아킨베크 선거 관리자는 정치적 분열 때문에 신변 위협을 당한다고 토로했다. 베크씨는 “하루에 ‘분노로 가득한’ 불만 이메일을 50통가량 받고, 선거 사무실에 우편으로 펜타닐을 보내기도 하기 때문에 나르칸(마약 해독제)을 보관하고 있을 정도”라고 주장했다.
윤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