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하고 건강하게 사는 노부부의 이야기다. 남자 노인은 그가 처음 짜장면을 먹었을 때를 기억했다. 6·25 동란 후 산골에서 중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에 와서 처음으로 먹어본 짜장면, 꺼먼 짜장 소스를 쫀득쫀득하고 부드러운 국수가락에 골고루 휘저어 발라서 먹었던 짜장면 맛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고 한다. 짜장면과 짬뽕, 그리고 라면, 빵 등이 그가 좋아하는 음식이었는데, 은퇴하고 책이나 영상 자료를 통해 정제된 밀가루 음식에 중독되면 건강에 나쁘다는 보고를 여러 번 읽고 들었다고 했다.
정제된 밀가루 음식은 소화가 빨리 되어 피 속에 포도당이 갑자기 많아지고, 포도당을 세포가 연료로 사용하여 에너지가 되도록 이자(췌장)에서 인슐린이 많이 나온다. 갑자기 많아진 혈당을 쓰면 좋은데, 쓰지 않고 남아돌아가는 혈당이 많으면 지방으로 변해 배가 뚱뚱하게 불어나고 체중이 늘고 여러 건강의 문제가 된다는 상식을 그는 이해하게 되었다. 은퇴하고 에너지를 덜 쓰는 그는 정제된 밀가루 음식을 절제하게 되었다. 그는 그의 배우자가 밀가루 음식을 좋아하는 것이 불안했다. 복부 비만, 중성지방, 공복혈당, 고혈압, 콜레스테롤 수치에서 3가지 이상의 조건들에 의해서 뇌혈관 질환과 당뇨병의 위험 신호인 대사징후군이 생긴다는데, 아내가 건강하기를 바라는 그는 아내에게 정제된 밀가루 음식을 자제하기를 권해보았다. 그의 권고는 말싸움이 되고 역효과였다.
한국 방송 EBS가 만든 ‘귀하신 몸’ 65회를 그가 먼저 보았다. 정제된 밀가루 음식 습관을 고쳐 여러가지 병에서 해방되는 극적인 치유과정을 생생하게 만든 프로그램이다. “아내가 저 프로그램을 보면 내가 말하는 것보다 100배는 더 효과적일 거야” 하고 그는 생각하고 기회를 기다렸다. 마침 한가한 오후에 두 분이 같이 65회를 보았다. 정제된 밀가루 음식에 중독된 4명을 내과의사와 영양사, 운동재활전문가 세명이 협력하며 3주동안 치유하는 과정을 영상으로 보았다. 다음 같은 내용들이 인상적이다.
‘연속 혈당 측정기’를 4사람들 팔에 붙였다. 매 5분 마다 그들의 혈당 수치가 병원에 자동으로 보고되었고, 그 자료는 그래프로도 나타났다. 정제된 밀가루 음식을 먹은 후엔 혈당 수치가 60에서 180까지 히말라야 산 높이로 올라갔다. 가파르게 올라 갔던 혈당이 가파르게 내려오고, 하루 종일 그래프는 먹은 음식과 공복상태에서 높은 산을 오르내렸다. 그들의 도표 옆에 건강한 사람의 혈당 그래프를 대조해서 보여준다. 건강한 사람의 혈당은110에서 130을 잔잔한 파도처럼 완만하게 오르고 내린다. 라면, 핫케이크, 짜장면, 짬뽕, 감자튀김, 치킨버거를 먹고 난 한시간 후에 혈당이 치솟는 스파이크를 본인들이 확인하고, 모두 고개를 설레설레 흔든다. ‘혈당이 180으로 올랐어요’ 하면 별 느낌이 없던 사람도 그래프에서 치솟은 그림을 보고 정상적인 사람의 그래프와 비교해 보면 확실하게 느끼고 안다.
정제된 밀가루 음식이 아편, 술, 담배처럼 중독이 되는 이유는 정제된 밀가루 음식을 먹을 때 빨리 소화되어 혈당이 되는 과정에 도파민이라는 기분 좋은 호르몬이 작동되는 뇌파 영상도 보여 준다. 도파민 뇌파 영상은 담배, 술, 아편 효과 와도 같고, 중독 효과도 같다. 담배, 술, 아편을 끊기 어렵듯이 탄수화물 중독도 똑 같은 이유로 끊기가 어렵다. 치유 실험에 참가한 4명은 영양사의 도움을 받아 건강한 먹거리 자료들을 골라 균형 잡힌 건강식을 3주 동안 한다. 운동 재활 치료사가 적당한 운동을 가르쳐 4명의 실험자들은 운동도 3주동안 계속한다.
21일차 치유 실험의 마지막 날, 4명의 실험자들은 한사람씩, 자신의 정밀 신체검사 결과들을 실험 전의 것과 실험 후에 것들을 비교해 보며, 담당 의사와 상담한다. 비만했던 사람이 체중이 줄고, 공복 혈당 수치가 줄고, 중성지방 수치가 줄고, 불렀던 배가 줄어 들고, 나쁜 콜레스테롤 수치가 줄어들고 좋은 콜레스테롤 수치가 올라가고, 혈압이 낮아지고, 인슐린 수치가 줄어든 자료들을 보며 의사의 설명을 듣고 4명의 실험 참가자들은 감격해서 눈물을 흘린다. 특별히 당뇨병 환자인 할머니는 믿을 수 없이 좋아진 건강 상태에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밀가루 음식만 피했는데!’ 하며 감탄한다.
이야기를 들려준 은퇴한 분도 ‘귀하신 몸’ 프로그램을 부부가 같이 다 보았다. 영상을 다 보고 나서, 불평도 변명도 없이 잘 이해하고 감동받은 것 같은 아내를 보고, 남편분은 진작 잔소리를 말고 이 영상을 보여주었다면 좋았을 걸 하고 후회했지만 만족했다고 한다. 그 자신이 담배를 끊으려고 오랜 동안 노력했던 과거를 돌아보면서, 중독에서 해방되기까지 어려운 과업이 아직도 남아있다고 했다. “‘시작이 반이다’라는 우리 속담이 있어요. 아내의 감동은 시작입니다. 벌서 반은 이루었어요!”